DL이앤씨 디타워 돈의문 사옥 전경. (자료=DL이앤씨)
DL이앤씨가 올해 3분기에도 원가율 개선 효과를 앞세워 영업이익 40% 증가라는 성적표를 내놨다. 주택 부문 원가율이 크게 떨어지며 두 분기 연속 1000억원대 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수주 부진과 플랜트 외형 축소가 겹치면서 회사가 제시한 연간 가이던스는 오히려 하향 조정됐다. 증권가에선 "원가율 개선으로 버티고 있을 뿐, 내년 외형 성장과 마진 안정은 불확실하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 3분기 영업익 40%↑… 주택 원가율 개선이 실적 견인
7일 DL이앤씨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결 매출 1조9070억원, 영업이익 11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40.1% 증가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소폭 웃돌았다. 두 분기 연속 1000억원대 이익을 낸 점도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그 배경엔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한 원가율 개선이 있다. 회사 전체 원가율은 87.5%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포인트(p) 하락했다. 특히 주택 부문 원가율은 92.3%에서 82.6%로 9.7%p나 떨어지며 전사 수익성을 이끌었다. DL이앤씨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효율적 사업관리 기조, 비용 점검 강화, 고원가 현장의 순차적 정리 등이 결실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최근 5개 분기 연속 90% 이하 원가율을 유지하며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확실히 굳힌 상태다. 부정적 주택 경기와 전반적인 건설업황 침체 속에서도 원가 절감이라는 구심점을 통해 이익률을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재무 건전성도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98.4%, 차입금 의존도는 10.9%에 그친다. 현금·현금성 자산은 2조357억원, 순현금은 9339억원으로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했다. 회사는 2019년 이후 7년 연속 건설업 최고 수준인 AA-(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 중이다.
수주 상황도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3분기 신규 수주는 3조167억원을 기록. 주택 부문 정비사업과 공공택지 개발이 중심이었다. 대표적으로 장위9재개발 5214억원, SH연희2재개발 3993억원, LH광명시흥 공공택지조성사업 4459억원 등이 있다. 또 올해 남은 4분기에도 서울·부산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과 정비사업 참여가 예정돼 있어 주택 수주 목표 초과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 "수익성은 지켰지만…플랜트·토목 부진"
그러나 주택 원가율 개선으로 버티고 있을 뿐 성장의 축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랜트 수주 부진이 지속되면서 회사가 제시한 연간 가이던스도 오히려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플랜트·토목 부문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키움증권 신대현 연구원은 "DL이앤씨(별도+해외) 토목은 공기 지연과 발주처의 실착공 지연으로 적자전환했고, 플랜트 부문도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예상보다 주택 수익성이 좋아 3분기 실적은 방어됐지만, 외형 확대의 동력은 약하다"고 진단했다.
회사는 올해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기존 5200억원에서 3800억원으로 하향했다. 플랜트 부문의 수주 공백, 토목·플랜트 일부 현장의 원가 점검, DL건설 부문의 대손충당금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내년 상반기 주요 현장인 샤힌 프로젝트와 GTPP 준공이 예정되면서 플랜트 매출은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신 연구원은 "도급 증액을 통해 토목과 플랜트의 원가 상승분을 해소하려는 계획이 있으나, 증액이 이뤄지기 전까지 높은 원가율은 지속될 것"이라며 "마진 훼손 우려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진한 플랜트 수주로 2026년 외형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DL이앤씨의 핵심 투자 포인트였던 고마진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회사 측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원가율 관리 기조를 유지하며 보수적·안정적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원가율 안정화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전사 실적 회복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과 선제적 리스크 대응으로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