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요즘의 소비자가 화장품을 구매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제품 구매 전 SNS 영상 아래 댓글로 친구를 태그한다. 뷰티 크리에이터는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품을 론칭하고 있다. 뷰티 홍보의 장은 더 이상 국한되어 있지 않다. 바야흐로 무한한 확장성을 갖는 ‘노브랜드 뷰티’ 시대가 왔다. -편집자주
사진=포니이펙트 제공
메이크업이나 화장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포니’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다. 뷰티업계에서 포니는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한 사업 확장을 이뤄낸 대표적인 인물이다.
포니는 2008년 한국 최초 뷰티 블로거로 이름을 알렸다. 2010년에 발간한 ‘포니의 메이크업북’은 3년 연속 동시출간과 함께 150만부 이상 판매됐다. 뷰티 이커머스 미미박스와 함께한 컬렉션은 론칭 40분 만에 2만5000개가 완판됐다. 2015년에는 자신의 브랜드 ‘포니 이펙트’를 열었다. 론칭 당시 예고 사진은 공개 1시간 만에 좋아요 3만개를 찍었고, 포니 이펙트 공식 계정은 30분 만에 팔로워 5000명을 돌파했다.
그간 뷰티블로거가 다른 화장품들을 매입해 공구(공동구매)하는 식의 판매는 자주 이뤄졌지만, 1인 브랜드 론칭에 있어 포니는 선구자다. 포니는 어떻게 단시간 내에 브랜드를 론칭하고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을까.
■ 뷰티 크리에이터도 소비자다
뷰티 크리에이터의 브랜드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기 때문에 ‘기업’이라는 거대한 자본으로부터 느껴지는 거부감이 없다. 뷰티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팬, 즉 SNS 유저이자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존재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튜토리얼과 각종 팁, 현명한 소비방식까지 알려주는 하나의 ‘쇼핑 메이트’다.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1인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도 자신이 뷰티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뷰티 크리에이터 애콤은 자신의 브랜드 ‘바이애콤’을 론칭한 배경에 대해 “블로그를 하면서 새롭게 나오는 신제품들을 꾸준히 받았다. 집에 남아있는 화장품만 5000개가 넘더라. 그런데 이 많은 화장품 중에 정말 평생 사용하고 싶은 '인생템' 은 적었다. 인생템이 있더라도 사소한 단점, 개선점이 꼭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렇게 많은 제품을 써봤는데도 100%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데 회의감이 생겼다. 그런 와중 '생활의 달인' 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던 중 내가 그 100% 만족할만한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트렌드보다 제품력...경험이 만들어낸 산실
뷰티 크리에이터가 그간 쌓아온 콘텐츠는 ‘많은 제품을 사용해본 사람=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공식과 같다. 소비자의 믿음직스러운 구매표본인 셈이다. 그렇게 뷰티 크리에이터의 1인 브랜드는 신뢰와 친근함을 동시에 갖는다.
애콤은 “내 이름을 걸고 만든 브랜드다. 이름에 먹칠을 하면 안 되니 그만큼 더 애착을 가지고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가며 제품을 만든다”면서 “까다로운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일반 브랜드와 달리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만큼 소비자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다”고 1인 브랜드만의 장점을 밝혔다.
사진=애콤 SNS
그렇다 보니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집중하는 요소도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애콤은 “일반 화장품 브랜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보다 그 해의 유행에 민감하다. 하지만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만든 1인 브랜드 화장품은 트렌드보다 제품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콤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 15분 정도 소비자를 모셔 10일간 제품을 써볼 수 있게 한다. 이후 코멘트를 받아 제품을 디벨롭(develop)한다. 덕분에 나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소비자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을 써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1인 브랜드, 낮은 가격의 배경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제품 출시 초기 가장 난항을 겪는 부분이 마케팅이다. 하지만 뷰티 크리에이터는 이미 높은 인지도와 네임밸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마케팅이 크게 필요 없다. SNS에 홍보글과 후기를 올리고 제품력을 자랑하는 정도다. 그래도 우선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뒤 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안정적인 편이다.
실제로 임블리 등은 자사 제품을 사용한 사진을 SNS에 올려 궁금증을 유발한다. 사진 아래에는 “지금 바른 립스틱은 어디 거냐” 식의 댓글이 달려 있다. 뽀이언니, 애콤 등 역시 SNS에 제품 사용자들의 후기를 올리며 자연스레 입소문 홍보를 유도한다. 광고로 인식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이다.
이처럼 뷰티 크리에이터가 만들어낸 1인 브랜드가 형성하는 관계는 B2C(기업과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거래)다. 유통 판매 과정이 간소화되고 홍보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기존 기업들은 불특정다수를 고객으로 삼는 반면 1인 브랜드는 이미 자신을 알고 있는 소비자에게 홍보를 한다. 마니아층으로부터 퍼지는 입소문에 의존해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방식이다. 덕분에 당장 규모는 작더라도 환경의 추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화장품 제조업체 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시장의 성장도 개인 브랜드의 등장에 도움을 준다. 별도의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외주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으로 브랜드 론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더라도 공구의 판매방식을 그대로 이용해 기반을 다지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애콤은 “판매를 해서 남는 이익이 많다기보다, 1인 기업이다 보니 인건비나 임대료 등 걱정도 없어서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력에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