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키)
[뷰어스=문다영 기자] "둘 다 직장 생활을 하는데 왜 퇴근 후 육아가 온전히 내몫이 된 걸까. 집집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육아휴직의 탓이 컸다. 생후 1년간 아이 옆에 찰싹 붙어 있던 사람은 나였다. 예쁜 아가, 내 새끼를 외치며 애착을 형성한 것도 나였다. 그런 엄마가 집에 있는데 아빠 품으로 가라니, 아이에게도 황당한 이야기일 것이다. 아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게 달라붙었다. 졸음이 쏟아질 때면 설레고 행복하고 고맙게도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폭탄이 됐다(p.262)"
'비혼' '비출산'을 다짐했던 여자가 아이를 낳은 후 엄마로서의 책무, 가정 내의 생활, 사회의 요구를 겪고 쓴 책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속 한 부분이다.
'엄마가 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저자는 정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고 고백한다. 그는 아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고 즐거움을 알려줬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육아, 살림이란 과제가 자신을 짓눌렀음을 밝힌다.
엄마, 며느리, 아내, 직장인 역할까지 하느라 정말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았다는 저자는 누구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고 말한다. 결국 저자는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자 '나'라는 인간이 다시 보였고, 나를 둘러싼 '사회'의 문제가 뚜렷하게 보였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은 현재 30대를 살고 있는 보통 엄마의 흔한 일상을 그린 에세이다. 결혼으로 '여자의 현실'에 직면한 30대 기혼 여성의 인생 현장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는 왜 아이를 낳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사회 내 모성신화, 여성의 역할, 남자의 역할, 맘충 노키즈존으로 번진 세상의 시선까지 담아낸다. 다양한 고민 확장을 통해 저자는 공감과 위로의 언어를 통해 해소와 자유를 향해 간다. 2016~2017년 '세계일보' 연재 당시 여성가족부 양성평등미디어상을 수상했다.
이현미 지음 | 부키 | 336쪽 | 1만 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