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아웃사이더)’라는 말이 탄생했을 당시 그의 반대말인 ‘인싸’라는 말까지 나올 줄 누가 예상했을까.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최고의 유행어 3위로 등극한 ‘인싸’는 이제 더 이상 자주 쓰이는 신조어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싸’라는 게 하나의 즐길 거리이자 ‘유행’을 대변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된 지금, 이 단어는 다양한 마케팅과 대중문화에 활용되는 중이다. 더불어 인관관계를 바라보는 요즘의 시선까지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연 ‘인싸’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 걸까. -편집자주
(사진=JTBC 화면 캡처)
[뷰어스=이소희 기자] 방송인 광희가 군 복무 기간 동안 변해버린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연습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인싸 춤’이다.
광희는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했다. 그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냐는 서장훈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오나나나 춤’을 췄다. ‘인싸 춤’ 중 하나인 ‘오나나나 춤’은 중국 유명 어플리케이션 틱톡(tictok)에서 많은 이들이 커버하며 유명해진 안무다. Bonde R300의 ‘오나나나(Oh nanana)’에 맞춰 발목을 튕기며 하우스 스텝을 밟으면 된다.
광희의 종이인형 버전 ‘오나나나 춤’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후 광희가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마다 언급이 되면서 그의 성공적인 복귀에 한 몫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광희의 ‘오나나나 춤’ 영상은 ‘아는 형님’의 클립 중 이례적으로 100만 뷰를 넘었다. 그룹 워너원과 태민,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스카이(SKY) 캐슬’의 오나라·김서형 등이 출연했을 당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상 클립이 보통 2만~5만 뷰에 그쳤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조회수다.
이는 요즘의 문화적 흐름을 모두 담고 있는 대표적인 일화다. 광희는 2년 만에 방송가에 돌아왔다.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위화감은 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 광희는 ‘인싸 문화’ 따라잡기를 택했다. 그리고 이런 광희의 인싸 공략은 대중에게 제대로 통했다. 이는 그만큼 ‘인싸’ 문화가 트렌드의 정점에 서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 ‘인싸’의 탄생, ‘아싸’와 다른 점?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이다. 각종 행사나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섞이는 이들을 ‘인싸’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약속을 잡기 위해 상대에게 시간이 되는 날을 물었는데 “이번 달은 약속이 꽉 차서 안 될 것 같은데”라는 답변이 돌아올 경우 “인싸 다 됐네”라고 말하는 식이다.
아울러 트렌드나 유행어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실천하는 ‘인싸력’까지 갖춰야 비로소 완전한 ‘인싸’가 될 수 있다. 광희가 췄던 ‘오나나나 춤’이나 ‘망치춤’ 등을 꿰고 있거나 귀가 펄럭이는 토끼 모자는 한 번쯤 써봐야 한다. ‘법블레스유(법만 아니었으면 널 가만두지 않았을 것)’부터 ‘롬곡옾눕(폭풍눈물)’ ‘머박(대박)’ 등 단어를 하나의 그림으로 취급해 보이는 대로 쓴 말 등 각종 신조어를 알고 또 일상적인 언어로 활용도 해야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인싸’라는 말이 앞서 유행했던 반대말 ‘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 outsider)’와 다른 양상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싸’라는 말은 당초 무리에 잘 섞이지 못하는 이를 뜻했다. 하지만 점점 스스로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는 등 ‘자발적 아싸’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아싸’라는 말은 일종의 개인적인 성향을 의미하는 말로 변모했다.
그런가 하면 ‘인싸’는 개인의 속성을 뜻하는 동시에 ‘문화’로서의 힘을 갖기 시작했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데서 더 나아가 트렌디함을 나누는 기준, 주류의 기준으로 쓰이면서 이제는 각종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그로 인해 이제 ‘인싸’라는 말은 없으면 안 될 정도의 일상 언어로 자리 잡았다.
(사진=팔도, tvN 제공)
■ 다양한 분야로 확장된 ‘인싸’의 개념
‘인싸’라는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마케팅과 대중문화다. 최근 수많은 제품의 광고에서는 ‘인싸템’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인 ‘밴드왜건효과’를 노린 것이다.
‘인싸’의 언어를 직접적으로 제품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팔도는 최근 35주년을 맞아 한정으로 ‘괄도네넴띤’을 내놨다. ‘괄도네넴띤’은 글자를 그림처럼 읽는 ‘롬곡옾눞’(폭풍눈물) ‘머박’(대박)처럼 ‘팔도비빔면’을 변형해 읽은 말. 이는 기존 출시품인 ‘팔도비빔면’에 패키지 변화만 준 제품이지만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고, 7만5000세트 전량이 판매 23시간 만에 완판됐다. 다만 이런 마케팅은 ‘인싸 놀이’와 같은 유행에 지나치게 편승한 나머지 한글 파괴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어렵게 느껴지고 관심이 적은 우리나라의 문화에 ‘인싸’의 속성을 적용해 친근하고 재밌는 이미지를 구축한 마케팅도 있다. 한국민속촌에서 근무하며 구미호, 내시, 사또, 화공 등 각자 조선시대 캐릭터로 분하는 이들은 관람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함께 논다. 거지 분장을 하면 정말로 들판에 드러누워 있거나, 엘프 귀를 지닌 야바위꾼이 사람들과 유쾌한 심리전을 벌이는 식이다. 위트 있는 태도에 반전의 실력을 지닌 달고나 아저씨도 ‘핵인싸’로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대중문화 속 인싸 문화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인다.
XtvN ‘최신유행 프로그램’은 애초에 ‘인싸’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프로그램은 “최신 유행 코드를 다양한 코너에 담아내 시청자들을 ‘핵인싸’로 만들어주겠다”는 직접적인 기획 의도를 내세웠다. 지난해 11월 종영해 올 상반기 시즌2 론칭을 앞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SBS MTV ‘요고바라’, JTBC ‘요즘애들’, MBN ‘오늘도 배우다’ 등도 ‘인싸’에 대한 문화를 다뤘다. 아울러 네이버 브이라이브는 V오리지널 ‘핵인싸 동맹’을 통해 “자타공인 핵인싸 스타들이 알려주는 마성의 핵인싸 스킬”이라는 기획의도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