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문다영 기자] 인간은 20만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멸종 대신 번성을 누렸다. 이 비결로는 훌륭한 유전자가 꼽힌다. 조상들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어 두고, 소금을 간절히 원하고, 불안해하거나 우울해지는 전략을 취하고, 신속하게 혈액을 응고시키는 보호 체계를 발달시켰다. 이런 네 가지 유전 형질 덕분에 인간은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사망 요인인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의 위험을 피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형질들이 최근 겨우 2세기라는 짧은 기간 사이에 목숨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도리어 빼앗아 가는 주요 현대병의 원흉으로 돌변했다.
'진화의 배신'은 역사와 진화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유익한 유전자들이 어떻게 자연 선택 되고 실제로 작동해 왔는지, 왜 과거엔 도움이 됐던 유전 형질이 현대에 와 인류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지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폭력과 살인으로 범벅된 과거 인류의 유전자는 이제와 살해당하지 않는 능력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늘 생존을 위해 진화해왔다. 저자는 유전 형질을 발달 시키는 요인이 극도로 경계하고 두려워하면서 불안해하는 것,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순종, 슬픔, 우울이라 말한다. 불필요한 또는 필요 이상의 두려움인 불안, 그리고 지나치고 끈질긴 슬픔인 우울은 진화가 낳은 탁월한 자기 방어법이었다는 등 저자는 아주 흥미로운 설득력으로 인류의 진화를 주목한다.
저자는 또 유전자가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류 역사상 이 초유의 사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길을 제시하고 있다. 리 골드먼 지음 | 부키
(사진=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