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아스달 연대기’ 자체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나쁘지는 않다. 세계관 설정에 구멍이 있고, 어설픈 소품이 몰입도를 떨어뜨리지만,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새로운 배경에 대한 낯설음을 상쇄시켜 줬다. 그러나 540억 원이라는 제작비를 대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6일 오후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2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호텔 델루나’ 종영 이후인 9월 파트3로 돌아온다.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영웅들의 운명적 이야기를 담은 ‘아스달 연대기’는 장동건, 송중기, 김지원, 김옥빈 등 화려한 라인업과 대규모 제작비로 첫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방송도 되기 전부터 스태프 혹사 논란을 겪었으며, 예고편에 담긴 비주얼 또한 지나치게 낯설다는 평가를 받으며 초반부터 삐그덕 거렸다.
첫 방송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그대로 이어졌다. 울창한 수풀을 누비며 사냥하는 인간 전사들과 압도적인 힘을 가진 신비로운 뇌안탈의 대결은 안방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그림을 선사하며 비주얼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쿠키 영상까지 동원하며 설명해야 했던 복잡한 세계관과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는 드라마 내내 반복되는 단점이었다. 욕망 실현을 위해 뇌안탈을 억압하는 악역 타곤(장동건 분)과 살아남은 뇌안탈인 은섬(송중기 분)의 깊은 인연, 예언의 아이 탄야(김지원 분)와 아스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신도 서슴지 않는 태알하(김옥빈 분)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복잡하게 그려졌다. 여기에 드라마 내내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해 산만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면서도 설정이 치밀하지 않아 혼란을 줬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입하면 ‘아스달 연대기’의 시대적 배경은 청동기 시대로 짐작됐지만, 극 중에서는 돌도끼 무기를 사용해 어색함이 느껴졌다. 여기에 도르래를 활용하는 장면이 담겨 역사적 고증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안방극장에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것은 빛났지만, ‘왕좌의 게임’을 비롯한 완성도 높은 해외 드라마들을 접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만큼 세세한 설정들이 탄탄해야 했지만, 이것이 부족해 마니아들을 유입하지 못했다.
인물과 배경, 설정들에 대한 설명이 끝난 중반 이후부터는 네 주인공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탄력을 받았고, 초반 대비 호평도 늘어났다. 그러나 중간 유입이 어려운 장르인 만큼 반등의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결국 ‘아스달 연대기’는 방송 내내 6%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화제성과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 ‘아스달 연대기’가 돌아올 파트3에서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