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로 진수가 중단된지 5주만에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진수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에 국민의 혈세 8조6000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회생은 커녕 지난해 한 해와 올해 상반기 대우조선해양은 2조3242억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시 1조원대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 얘기가 나온다. 밑빠진 독에 언제까지 물을 쏟아부어야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일 뿐이라며 추가 공적자금 투입 요청설에 손사래를 쳤다. 아울러 내년에 수금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산업은행은 분리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지만 경영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경쟁력 강화 방안’에 더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1년 반 동안 2조3200억원대 영업손실…선박 건조 비용 우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상반기 5696억원, 지난해 한 해 1조7546억원의 영업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이에 1년 반 동안 영업손실 2조3242억원이 누적됐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채권단인 KB산업은행에 공적자금 투입 요청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요청 규모는 1조원에서 1조2000억원 정도로 전해졌다. 현재 5414억원 정도인 자본금을 2조원 가까이로 만들어놓으려는 목적이다.
당장에 건조 계약을 따낸 선박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에만 연간 목표 70% 이상의 수주를 달성했다. 하지만 수주 후 계약금 10%만 받고 중간정산, 잔금 순으로 받기 때문에 실제로 매출로 잡히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지난해 수주는 4조원대에 그쳤다. 올해 잡히는 매출이 많지 않아서 선박 건조를 위한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우조선이 산업은행에 공적자금을 요청하는 이유인 셈이다.
문제는 이미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것. 지난 2015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2017년에 이 돈을 갚지 못해서 일부를 자본으로, 일부는 영구채로 전환했다. 여기에 2조90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도 지원했다. 총 합산 7조1000억원이 투입된 것이다. 이전에 투입된 1조5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까지 합하면 누적 8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여기에 올해 하청지회 파업으로 인해 8000억원 가량의 손실도 발생했다. 대우조선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작업을 이어갔다. 대우조선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친 선박을 진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 “내년 인도 선박 늘어 수금 상황 개선될 것”
대우조선해양 측은 1조원대의 추가 논란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건조 물량이 증가하면서 일부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내년 인도되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수금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규 수주가 늘어나고 있고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내년 이후 유동성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채권단과 약정한 재무 약정서에서도 일시적 자금 부족(헤비테일 방식에 따른 건조자금 부족)은 2조9000억원의 크레딧라인(신용한도)로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최근 박 사장이 ‘1조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 “건조 자금과 인도 대금이 시기상 어긋나는 등의 유동성 부족분이 발생하면 최대 1조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지난 2017년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2조9000억원의 한도 대출도 현재 사용하지 않았기에 한도가 남았다.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자본금 현재 5400억원 상황에서 2조원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수주 경쟁력과 수주 신뢰 등을 고려하면 부채비율 200~300%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현재 시점에서 단순 계산하면 자본금 2조원대가 되면 부채비율은 300%가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676%나 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주력 수주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선가 상승과 내년 이후 적정 매출액 확보, 원자재 가격의 하락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 실현 등 회사 자체의 수익 개선으로 자본구조는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KDB산업은행 (사진=연합뉴스)
■ 9월 경영컨설팅 결과 주목돼…산업은행 “매각보다 경쟁력 강화에 집중”
산업은행은 ‘분리 매각’ 가능성도 검토하지만 ‘경쟁력 강화 방안’에 더 집중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의뢰했고, 9월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경쟁력 강화나 분리 매각 등 다각도의 검토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BCG는 지난 3월 산업은행에 제출한 보고서 초안에 ‘대우조선이 독자 생존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안에는 구조조정 방안 등이 포함되지 않았고 원가 절감 등의 경영 개선 전략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BCG의 컨설팅 최종 보고서는 본래 3월쯤에는 나올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이유로 7월로 미뤄졌고, 이어 대우조선 하청 노조 파업으로 인해 다시 9월로 미뤄졌다.
산업은행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채권단이 협의체를 꾸려 매각 여부나 방법 등을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특수선(방산)과 상선 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방식에 대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달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다양한 매각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분리 매각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매각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매각’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산업은행 회장이 분리 매각을 언급한 것은 이를 포함해서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지 분리 매각에 방점이 있지는 않다”며 “경쟁력 강화 방안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초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의 경우 3사 체제에서 2사 체제로 바꾸려 했지만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못했던 적이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장기적으로 민영화해야 하지만 우선은 경쟁력이 강화돼야 처리 방안을 논의할 수 있기에 경쟁력 강화를 집중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