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트위치 서비스 최대 동영상 화질은 720p(픽셀)이다. (사진=트위치 스트리밍 영상 갈무리)
국내 게임업계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글로벌 콘텐츠제공자(CP)사이에 망 사용료 전쟁이 격화되면서 유탄을 맞고 있는 탓이다. 양 측 모두 이용자 서비스 품질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이용자들은 두 공룡의 싸움에 벌써부터 피를 흘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이 운영하는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지난달 30일부터 한국에서 시청할 수 있는 최대 해상도를 1080p(픽셀)에서 720p로 낮추는 결정을 내렸다.
트위치 국내 지사인 트위치 코리아 측은 이번 사태가 최대한 빠르게 해결되게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본사에서 내린 결정을 트위치 코리아가 단기간에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위치는 이번 국내 시청 화질 저하 안내를 시행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기습공지에 나서면서 이용자 불만이 속출하기도 했다. 트위치는 지난 6월 국내 기준 월간 이용자 수(MAU)가 245만명에 이른다.
(자료=트위치)
트위치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국내 서비스 비용 증가가 있다. 트위치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돤다"며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 ISP와 구글·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사의 망 사용료 전쟁이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나온다. 트위치는 구글이나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ISP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망 사용료 부과 확대 움직임이 일자 국내 서비스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트위치의 화질 제한 결정에 게임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에서 게임 스트리밍 전문 플랫폼으로 성장한 트위치에 이미 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탓이다. 그동안 이들과 협업을 홍보 전략으로 삼았던 게임사들은 공들여 조성한 생태계가 무너질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쏟아지는 고사양 게임들을 저화질 방송 환경으로 송출할 수 없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대규모 엑소더스 사태 우려도 나온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사이에서는 트위치는 시작이라며 플랫폼 이전 이후로도 이전한 플랫폼이 국내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겠냐는 불안감도 돌고 있다.
일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국회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두고 관련 법안을 발의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난 후에야 홍보 전략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면 다시 세우고 할 것"이라며 "그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왔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계 자체를 떠난다면 당연히 아쉽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자료=유튜브)
■ 망 사용료 전쟁에 결국 크리에이터와 팬까지 참전 양상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의 망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비롯한 7건의 유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칭한다. 글로벌 CP가 국내 ISP와 망 사용료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거나 이를 거부하면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망 사용료 전쟁에 직접 참여한 유튜브는 해당 법안이 국내에 입법될 경우 콘텐츠 크리에터 생태계 자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불안감을 파고들어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한국 유튜브 공식 블로그를 통해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사실상 반대해달라는 뜻을 밝힌 셈이다.
통신 업계와 개정안 발의 의원들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콘텐츠 생산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통신 업계 측은 망 이용 대가를 CP사에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며 이는 크리에이터가 지불할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CP 측은 ISP가 인터넷 접속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책임이 있음에도 오히려 이용자를 볼모로 삼았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양 측 모두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그런데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서비스 망을 이용하는 소비자나 기업들이 너무 많이 얽혀 있는 게 문제"라며 "양 측의 의견만큼이나 이들과 관계 있는 기업들의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두고 곳곳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오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은) 소수의 ISP를 보호하려다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일 트위터에 "잘 챙겨보겠습니다. 망사용료법 문제점이 있어보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국정감사 개의를 앞두고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감사 출석 요청 증인과 참고인 안건을 의결했다.
감사 출석 요청 증인 명단에는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과 안철현 애플 부사장, 정교화 넷플릭스 전무 등이 이름을 올렸다. 통신 3사에서는 강종렬 SK텔레콤 ICT인프라담당과 이철규 KT 네트워크부문장, 권준혁 LG유플러스 네트워크부문장 등이 과기정통부 종합감사 일정에 맞춰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