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업황 악화 (사진=HMM)
코로나19 이후 운임이 하락하면서 HMM이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HMM 매각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새주인 찾기에는 호재일 수 있다고 시각이 나온다.
16일 HMM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816억원, 영업이익 30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8%, 90% 감소한 수치다.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에도 크게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조3835억원, 영업이익 6580억원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HMM은 “지난해 1분기 평균 4851p였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올해 1분기 평균 969p로 하락했다”며 “지난 2020년~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슈가 해소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의 운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로 합리화,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구조 개선 노력으로 컨테이너, 벌크 부문 모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영업이익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양호한 14.7%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HMM의 1분기 실적은 추정치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은 시황 부진에 따른 임시 결항 증가로 수송량이 예상보다 낮았고, 스폿 운임 하락을 반영해 2022년 체결한 SC운임에 대한 할인 적용으로 평균 운임이 추정치보다 낮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벌크사업부분이 1분기 영업이익 743억원으로 깜짝 실적을 시현했다”며 “탱커 시황 호조와 지난해 고가의 용선료를 지불했던 MPV(다목적선박)를 저가에 인수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악화됐지만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HMM은 올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지만 비싼 몸값 탓에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10일 매각 자문 회의를 시작해 HMM의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던 현대차그룹 현대글로비스, HD현대중공업, LX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등 유력 인수 후보 기업들은 인수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달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컨테이너 사업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도 “중장기 사업 방향과 HMM 인수가 맞지 않다”고 했다.
HMM의 매각 비용이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MM의 매각 비용은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은(20.69%)과 해진공(19.69%)의 지분가치도 4조원 수준. 여기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두 곳의 보유지분은 70%를 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해 운임이 기존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고, 이로 인해 HMM의 실적도 동반 하락하면서 매각 비용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 있다는 말이다.
HMM은 LNG선 등 친환경 선박과 초대형 선박 등을 갖추고 있어 고객사의 수요가 지속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악화됐다기보다는 운임이 코로나19 발생 당시 대비 정상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매각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면 인수자 찾기에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해진공 관계자는 매각 비용 감소 가능성과 매각 진척 정도를 묻는 질문에 “현재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다만 매각 절차에 돌입해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