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HMM, 현대LNG해운, SK해운 유조선 부문 등 대형 해운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와있지만 좀처럼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싼 몸값이 걸림돌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HMM은 정상 기업이 됐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 후 반년이 훌쩍 지났다. 이 기간 중에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이 한 곳도 없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주관사 선정을 시작으로 HMM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약 40%이다. 이는 시장가치로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영구채 인수까지 포함하면 6조~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HMM은 국내 원양선사이고 기간산업으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자금력과 시너지를 고려해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컨테이너 사업을 할 생각이 없다. HMM 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됐던 포스코홀딩스도 “중장기 사업 전개 방향과 HMM 인수는 전혀 맞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현대자동차그룹, HD현대중공업, LX인터내셔널 등도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됐지만, 나선 곳은 없다.
현대LNG해운의 HLS AMBER호 (사진=현대LNG해운)
국내 1위 LNG 수송선사인 현대LNG해운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LNG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외 선사와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해운업계는 안보 차원에서 해외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매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대LNG해운은 지난 2014년 현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옛 현대상선(현 HMM)의 LNG 전용사업부를 분리해 IMM PE 컨소시엄에 매각해 만들어진 회사다. 이후 2021년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나서는 인수자가 없다. 팔려는 가격이 높아서다.
HMM이 현대LNG해운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산업은행 등이 HMM의 매각을 앞두고 변수가 생기는 점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도 비싼 점도 이유로 꼽혔다.
반면 해외에서는 인수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NG 수요에 힘입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을 저지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한해총은 해운·항만·물류 관련 54개 단체가 가입됐다.
한해총은 “원유와 가스 등 우리나라 전략물자의 해운 의존도는 100%”라며 “현대LNG해운은 한국가스공사가 국내에 도입하는 LNG 물량을 주로 수송하는 전략물자 수송 선사로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K해운의 유조선(탱커선) 사업부문도 매물로 나와 있다.
이 회사는 SK그룹이 지난 2018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SK해운을 매물로 내놨다. 한앤컴퍼니는 1조5000억원을 투입해 SK해운의 최대주주가 됐다. SK해운은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사와 장기 운송계약을 맺고 있다.
그만큼 매각 비용이 높다.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매각 비용은 탱커선 사업 가치를 따져 2조~3조원 수준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해운도 국내가 아닌 해외 투자자들도 인수자로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해총은 “원유, LNG 등 주요 전략 물자를 수송하는 국내 회사들이 해외로 팔려가면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현대LNG 해운이 해외에 매각하면 SK해운 등 다른 선사의 매각에도 비슷하게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