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채 리스크,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등 글로벌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도 기술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들어 미국 기술주를 상징하는 FANG+지수는 72% 상승, 지난해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다. 금리인상 사이클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한 셈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기술주의 금리 민감도 약화의 원인으로 물가 상승률과 성장모멘텀을 꼽았다. 이를 통해 기술주와 금리 추이가 상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S&P500 지수대비 FANG+지수 상대강도와 미국 10년 국채 금리 추이를 보면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현상이 확인된다. 지난해 FANG+지수/S&P500 지수 상대강도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더불어 추세적 하락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 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FANG+지수/S&P500 지수 상대강도는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에 대한 기술주의 민감도가 약화됐다는 의미다.<아래 그림 참조> 올해 들어 금리에 둔감해진 기술주 사실상 지난해 경제와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단어는 인플레이션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올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약화됐다. 이에 대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물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완만하게 둔화되는 추세"라며 "즉 기술주의 금리 민감도 약화에는 인플레이션 압력 혹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둔화가 일정부분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로는 성장 모멘텀을 꼽았다. 사실 연초이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화두는 인플레이션을 밀어내고 침체 우려였다. 연내 미국 경제의 침체 진입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넘어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며 "3분기 GDP 성장률이 어느수준을 기록할지 모르겠지만 블룸버그 서베이 평균치인 전기비연율 1.5%보다 크게 높은 수치가 예상된다"고 했다. 결국 강한 성장 모멘텀이 기술주를 견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강한 성장 모멘텀과 주가 랠리는 일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2분기 일본 경제는 전기비연율 6%라는 서프라이즈한 성장률을 보였고 주가 역시 강한 랠리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리 유사하다. 미국, 일본, 독일 및 한국 주가가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강한 랠리를 보였는데 기술주 중심의 차별화 랠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4개국의 업종별 상승률을 보면 공통적으로 IT와 산업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주도의 기술혁신 사이클이 경기 모멘텀으로 작용하면서 IT와 관련 소재 업종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기록한 것이다.<하단 표 참조> 주요국 업종별 수익(자료=블룸버그, 하이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은 뉴노멀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그 동안 뉴노멀하면 생각나는 패러다임은 ‘저물가-저금리-고실업률’이었지만 최근들어 미국 경제 기준이긴 하나 뉴 노멀은 ‘고물가-고금리-양호한 성장-저실업률’ 패러다임을 대변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높은 물가와 강한 금리인상 사이클에도 견조한 성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물가 안정의 핵심에는 기술혁신 사이클이 있다고 그는 봤다. 그는 "미국 경제,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는 국제 분업화에 기반한 글로벌화에 힘입어 수십년간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 중심 역할을 중국 제조업이 담당했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국제 분업구조 약화와 미국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며, 이는 미국 경제가 더 이상 중국에 기대어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현재 리쇼오링, 프렌드쇼어링 및 니어쇼어링 정책 등을 통해 새로운 공급망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는 다만 "어떠한 정책을 쓰더라도 미국내 인력과 임금 수준으로는 생산성 개선과 물가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다"며 "결국 Al와 로봇 등 기술혁신에 기댄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물가 안정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지금의 미국 기술혁신 사이클이 지속 혹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앞으로도 기술주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중심에 위치할 근거라는 의미다.

[애널픽] 금리에 둔감해진 기술주, 왜?

홍승훈 기자 승인 2023.08.25 10:36 의견 0

중국 부채 리스크,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등 글로벌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도 기술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들어 미국 기술주를 상징하는 FANG+지수는 72% 상승, 지난해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다. 금리인상 사이클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한 셈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기술주의 금리 민감도 약화의 원인으로 물가 상승률과 성장모멘텀을 꼽았다. 이를 통해 기술주와 금리 추이가 상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S&P500 지수대비 FANG+지수 상대강도와 미국 10년 국채 금리 추이를 보면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현상이 확인된다.

지난해 FANG+지수/S&P500 지수 상대강도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더불어 추세적 하락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 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FANG+지수/S&P500 지수 상대강도는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에 대한 기술주의 민감도가 약화됐다는 의미다.<아래 그림 참조>

올해 들어 금리에 둔감해진 기술주


사실상 지난해 경제와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단어는 인플레이션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올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약화됐다. 이에 대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물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완만하게 둔화되는 추세"라며 "즉 기술주의 금리 민감도 약화에는 인플레이션 압력 혹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둔화가 일정부분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로는 성장 모멘텀을 꼽았다. 사실 연초이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화두는 인플레이션을 밀어내고 침체 우려였다. 연내 미국 경제의 침체 진입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넘어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며 "3분기 GDP 성장률이 어느수준을 기록할지 모르겠지만 블룸버그 서베이 평균치인 전기비연율 1.5%보다 크게 높은 수치가 예상된다"고 했다.

결국 강한 성장 모멘텀이 기술주를 견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강한 성장 모멘텀과 주가 랠리는 일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2분기 일본 경제는 전기비연율 6%라는 서프라이즈한 성장률을 보였고 주가 역시 강한 랠리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리 유사하다. 미국, 일본, 독일 및 한국 주가가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강한 랠리를 보였는데 기술주 중심의 차별화 랠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4개국의 업종별 상승률을 보면 공통적으로 IT와 산업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주도의 기술혁신 사이클이 경기 모멘텀으로 작용하면서 IT와 관련 소재 업종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기록한 것이다.<하단 표 참조>

주요국 업종별 수익(자료=블룸버그, 하이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은 뉴노멀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그 동안 뉴노멀하면 생각나는 패러다임은 ‘저물가-저금리-고실업률’이었지만 최근들어 미국 경제 기준이긴 하나 뉴 노멀은 ‘고물가-고금리-양호한 성장-저실업률’ 패러다임을 대변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높은 물가와 강한 금리인상 사이클에도 견조한 성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물가 안정의 핵심에는 기술혁신 사이클이 있다고 그는 봤다. 그는 "미국 경제,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는 국제 분업화에 기반한 글로벌화에 힘입어 수십년간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 중심 역할을 중국 제조업이 담당했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국제 분업구조 약화와 미국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며, 이는 미국 경제가 더 이상 중국에 기대어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현재 리쇼오링, 프렌드쇼어링 및 니어쇼어링 정책 등을 통해 새로운 공급망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는 다만 "어떠한 정책을 쓰더라도 미국내 인력과 임금 수준으로는 생산성 개선과 물가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다"며 "결국 Al와 로봇 등 기술혁신에 기댄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물가 안정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지금의 미국 기술혁신 사이클이 지속 혹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앞으로도 기술주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중심에 위치할 근거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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