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이 지난 6월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WSD ‘Global Steel Dynamics Forum’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그룹이 이번주 최고경영자(CEO) 선임 관련 규정을 손 볼 예정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초로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채운 회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가 연임에 도전하면 최초의 3연임에 도전한 회장으로 기록된다.
■ 이사회, 19일 CEO 선임 규정 개편…KT와 같은 전례 안 남기려
18일 포스코홀딩스와 재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CEO 선임 관련 선 심사 규정을 삭제하는 등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의 안건은 이사회 독립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포스코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단독 우선 심사를 진행해 ‘셀프 연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기존 규정은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한달간 심사를 해 적격 판단을 내리면 단독 후보로 주총에서 추대돼 연임하는 구조다.
이러한 손 쉬운 연임 규정으로 대내외 비판이 제기되자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선진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기존 규정 개정 작업에 나섰다.
일각에선 지배구조 TF가 인선 체제 개편을 넘어 포스코 회장 선임 등에 있어서 외풍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포스코홀딩스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다.포스코그룹의 인사와 경영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전임 회장들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와 함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일이 있었다.
이사회는 제도 개편에 신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같이 소유분산기업으로서 비슷한 사례로 지난해 KT는 구현모 전 대표가 셀프 연임 논란으로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KT는 논란 끝에 현직 대표도 다른 후보와 함께 심사를 받도록 규정을 바꿨다.
■ 최 회장, 퇴임 또는 3연임 거취표명 앞둬…어떤 결정이든 ‘최초’
최 회장은 최초로 연임 후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전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회장 등은 모두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정권 교체와 맞물려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또한 그가 연임에 도전할 경우 3연임에 나서는 최초의 회장이 된다.
최 회장은 이번 이사회의 CEO 선임 규정 개편 이후 거취 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기주총이 내년 3월에 열리는 만큼 일자로 따지면 90여일 남았다. 최 회장으로선 더 이상 연임 여부 표명을 미룰 수 없다.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이번 이사회에서 현직 회장 우선 심사제가 폐지됨에 따라 다른 후보자들과 똑같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는 최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 포스코는 ‘CEO 승계 카운슬(협의회)’을 가동한다. 승계 카운슬은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의장과 전문위 위원장 등 사외이사로 구성되며, 이들은 회장 후보군 명단을 만들어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올리게 된다. 추천위는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내년 3월 주총에서 확정짓는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포스코그룹 회장에 처음 올랐고, 2021년 3월에 연임에 성공해 5년 5개월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 최 회장 평가 나뉘어…현 정권과는 순탄치 않아
최 회장의 거취 표명을 앞두고 재계에선 그에 대한 평가가 나뉜다.
최 회장은 그간 포스코그룹이 철강 분야를 넘어 이차전지 소재 분야 등에서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넘었다. 이는 최 회장이 첫 임기를 시작한 2018년보다 3배에 이르는 규모다.
그러나 현 정권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최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재계 순위 5위임에도 그가 대통령 순방길에 동행하지 못한 것만 봐도 현 정부와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 경쟁 후보, 김학동·정탁 부회장 또는 권영수 LG엔솔 전 부회장 등 물망
이번 이사회의 CEO 선임 관련 심사안이 개편된 후 최 회장인 연임이나 퇴임을 결정하면 포스코는 회장 후보들을 선정해야 한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포스코그룹 내부에선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 인사로는 잘 나가던 LG에너지솔루션 대표를 갑자기 사임해 주목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물망에 올랐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연말 임원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그간 12월 말에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만 힌남노 침수 사태로 임원 인사가 늦게 발표됐지만, 올해는 예정대로 연내 인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