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보잉787-9(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 심사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남았다. 화물사업 매각과 중복 유럽노선을 반납하는 조건부 승인이기 때문이다. '소송 왕'인 미국 경쟁당국 심사도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고용 유지 기조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합병 이후엔 통합 LCC 출범을 추진하면서 지역 간 갈등 등도 예고됐다. 합병에 성공하면 세계 10위권의 메가캐리어(초대형항공사)로 올라서지만 과정은 뼈아픈 상황이다. ■ EU 집행위, 화물사업 매각 중복노선 반납 조건부 최근 로이터통신은 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7일 “아직 EU의 EC(집행위원회)로부터 공식 접수한 사안은 없다”면서 “최종 승인 절차 완료 때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결합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대항한공은 지난해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문을 분리 매각하고 EU 14개 노선 중 중복 노선인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을 국내 다른 항공사가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시정조치안에 담았다. 이를 모두 이행해야 EC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EC의 합병 승인은 2월14일까지 이뤄질 수 있고, 그 전에라도 조건을 이행하면 승인이 난다. 대한항공이 포기한 유럽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022년 중장거리용 항공기인 A330-300 3대를 도입했고, 올해 6월부터는 유럽 노선에 취항한다. 지난 4일엔 프랑스 파리에서 근무할 지상직 현지 직원 채용 절차도 돌입했다. 화물부문은 제주항공이 인수할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22년 6월 화물 전용기를 처음 도입했고, 지난해 12월에는 2호기를 들여왔다. ■ 미 법무부 소송 가능성 대비…여객노선 독점 해소위해 기재 등 옮길 우려도 EU로부터 합병 승인이 이뤄지면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이 기다린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중 일본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 6월까지는 미국 법무부의 승인도 얻어 낸다는 목표다. 하지만 소송왕인 미국 법무부 승인이 쉽지 않다. 대한항공 및 델타항공 조인트벤처와 아시아나항공의 합산 점유율이 높다. 대한항공은 미국 빅3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체결하고 한미 노선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여객노선 독점에 대해 그간 소송으로 대응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스의 합병 당시 미 법무부는 연방독점금지법에 위배된다며 기업결합을 막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도 미국 법무부 심사에 대비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DOJ(미국 법무부)와 시정조치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 해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유지 기조도 깨질 우려가 나온다. 국적 항공사 중 미 법무부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체 항공사로 에어프레미아가 꼽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와 조종사, 승무원을 에어프레미아로 넘겨서 독과점을 해소한다는 시나리오가 업계에서 나오는데, 이 경우 고용 유지라는 노조와의 약속이 깨진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와 유지 조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재와 조종사 등을 대체 항공사로 옮긴다는 말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차세대 항공기 A321neo 항공기 (사진=에어부산) ■ 양사 합병 후 LCC 통합 문제도 남아…부산시 등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이들의 자회사인 LCC(저비용항공사)도 통합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진통이 예고됐다.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해 통합 LCC를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에어가 아시아나가 보유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지분을 인수한 후 인력과 장비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하지만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에어부산을 부산시에 분리매각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와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당시 부산에 방문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고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최종 마무리되면 국내에서도 메가캐리어가 탄생한다. 양사는 230대가 넘는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고, 매출 규모는 20조원대로 수직상승한다. 중복 노선의 효율화와 정비사업의 규모의 경제 등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EU 큰 산 넘었지만 한숨’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산적한 과제

EU, 화물사업매각·중복노선 반납 조건부승인…소송왕 미국도 대응해야

손기호 기자 승인 2024.01.17 11:37 의견 0
대한항공 보잉787-9(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 심사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남았다. 화물사업 매각과 중복 유럽노선을 반납하는 조건부 승인이기 때문이다.

'소송 왕'인 미국 경쟁당국 심사도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고용 유지 기조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합병 이후엔 통합 LCC 출범을 추진하면서 지역 간 갈등 등도 예고됐다. 합병에 성공하면 세계 10위권의 메가캐리어(초대형항공사)로 올라서지만 과정은 뼈아픈 상황이다.

■ EU 집행위, 화물사업 매각 중복노선 반납 조건부

최근 로이터통신은 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7일 “아직 EU의 EC(집행위원회)로부터 공식 접수한 사안은 없다”면서 “최종 승인 절차 완료 때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결합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대항한공은 지난해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문을 분리 매각하고 EU 14개 노선 중 중복 노선인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을 국내 다른 항공사가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시정조치안에 담았다. 이를 모두 이행해야 EC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EC의 합병 승인은 2월14일까지 이뤄질 수 있고, 그 전에라도 조건을 이행하면 승인이 난다.

대한항공이 포기한 유럽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022년 중장거리용 항공기인 A330-300 3대를 도입했고, 올해 6월부터는 유럽 노선에 취항한다. 지난 4일엔 프랑스 파리에서 근무할 지상직 현지 직원 채용 절차도 돌입했다.

화물부문은 제주항공이 인수할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22년 6월 화물 전용기를 처음 도입했고, 지난해 12월에는 2호기를 들여왔다.

■ 미 법무부 소송 가능성 대비…여객노선 독점 해소위해 기재 등 옮길 우려도

EU로부터 합병 승인이 이뤄지면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이 기다린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중 일본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 6월까지는 미국 법무부의 승인도 얻어 낸다는 목표다. 하지만 소송왕인 미국 법무부 승인이 쉽지 않다.

대한항공 및 델타항공 조인트벤처와 아시아나항공의 합산 점유율이 높다. 대한항공은 미국 빅3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체결하고 한미 노선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여객노선 독점에 대해 그간 소송으로 대응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스의 합병 당시 미 법무부는 연방독점금지법에 위배된다며 기업결합을 막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도 미국 법무부 심사에 대비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DOJ(미국 법무부)와 시정조치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 해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유지 기조도 깨질 우려가 나온다. 국적 항공사 중 미 법무부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체 항공사로 에어프레미아가 꼽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와 조종사, 승무원을 에어프레미아로 넘겨서 독과점을 해소한다는 시나리오가 업계에서 나오는데, 이 경우 고용 유지라는 노조와의 약속이 깨진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와 유지 조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재와 조종사 등을 대체 항공사로 옮긴다는 말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차세대 항공기 A321neo 항공기 (사진=에어부산)


■ 양사 합병 후 LCC 통합 문제도 남아…부산시 등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이들의 자회사인 LCC(저비용항공사)도 통합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진통이 예고됐다.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해 통합 LCC를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에어가 아시아나가 보유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지분을 인수한 후 인력과 장비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하지만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에어부산을 부산시에 분리매각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와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당시 부산에 방문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고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최종 마무리되면 국내에서도 메가캐리어가 탄생한다. 양사는 230대가 넘는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고, 매출 규모는 20조원대로 수직상승한다. 중복 노선의 효율화와 정비사업의 규모의 경제 등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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