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애경산업 IR자료. 애경산업 화장빨을 제대로 받고 있다. 화장품 3사 모두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모처럼 기지개를 편 1분기였지만, 애경산업은 경쟁사에 비해 돋보이는 '깜짝 성적표'를 냈다. 화장품사업 덕분이다. 화장품이 주요 사업축으로 올라선 지 약 10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애경산업의 선택은 적중했고 화장품사업은 이에 보답하듯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모습이다. 12일 애경산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1691억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8%(165억원) 늘었다. 화장품사업, 특히 화장품 글로벌사업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이룬 것이 전사 성장을 견인했다. 실제 이 기간 애경산업의 화장품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7.6%(631억원), 영업이익은 13.7%(99억원) 증가한 반면, 생활용품사업은 매출이 7.7%(1060억원)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1%(66억원) 뒷걸음질쳤다. 뷰티공룡들과 비교하면 깜짝 실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7%, 3.5% 증가했고,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매출이 전년 수준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덩치는 생활용품이 커도 실속은 역시 화장품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애경산업의 모태는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애경산업은 1954년 6월 고 채몽인 창업주가 작은 비누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주방세제 '트리오'를 시작으로 샴푸, 치약 등 제품군을 확대하며 생활용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애경산업이 본격적으로 화장품사업을 또 하나의 사업 축으로 삼은 것은 2016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포인트' 등 클린징과 기초제품으로 화장품사업을 하긴 했다. 그러나 2009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와 협업해 선보인 '루나(LUNA)'가 '대박'을 치면서 색조화장품 진출 기반을 확고히 했고, 이어 2013년 배우 견미리를 모델로 내놓은 에센스 커버팩드 AGE20'S(에이지투웨니스)까지 연이어 홈런을 치면서 애경산업 사업구조 틀마저 바꿔놓는다. 덕분에 애경산업은 현재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양대 사업축으로, 1분기 기준 각각의 매출비중은 37%, 63%다. 물론 이 같은 화장품 매출비중은 2018년 51%까지 올라서며 주력이던 생활용품사업마저 앞질렀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듯 보인다. 그러나 수익성을 놓고 보면 해석이 달라진다. 올해 1분기만 놓고봐도 애경산업의 생활용품사업 매출은 1060억원으로 덩치가 화장품사업(631억원)에 비해 크지만, 영업이익은 화장품부문(99억원)이 생활용품(66억원)을 앞선다. 지난해도 생활용품부문 매출은 4175억원으로 전체 매출 2513억원 중 62%를 차지했으나 화장품부문 영업이익은 364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619억)에서 59%를 거둬들였다. 특히 2021년엔 적자전환한 생활용품사업을 커버하는 동시에 전체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9% 상승시키는 효자 노릇마저 톡톡히 했다. ■그러나…높은 中 의존도·10년째 무소식인 세번째 히트작 다만,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에도 애경산업 화장품사업 호조 배경 중 하나는 중국사업 호조였다. 특히 애경산업 화장품부문 매출은 수출이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다. 최근 2년간 화장품부문 매출은 수출이 70%를, 2021년에는 74%까지 자치했다. 공개된 수치는 없지만, 앞선 이력을 감안하면 수출에서 차지하는 주된 지역은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사업구조는 애경산업 화장품사업이 매출 비중이 중국 수출이 정점을 찍었던 2019년까지 40%후반에서 50%초반까지 끌어올리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중국 보따리상 규제와 코로나19 변수가 작용하자 10%가량이 훌쩍 빠져버리는 원인도 됐다. 국내 화장품기업들의 고질적 문제인 중국의존도가 경쟁사들에 비해선 낮으나 소비심리가 악화된 중국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여타지역으로의 진출 확대가 절실하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성과를 보이는 곳들은 최근 K뷰티 신성장 동력 국가로 떠오른 일본, 베트남 등이다. 그러나 아직 이들 국가에서는 진출 초기라는 점에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다양한 국가로 수출 선택지를 확장해야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또 다른 숙제는 루나와 AGE20'S와 잇는 히트 상품의 부재다. 각각의 제품이 2009년과 2013년 혜성같이 등장해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최근 10년간 세번째 히트제품은 부재한 상태다. 출처=애경산업 2023년 사업보고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뷰티업계는 지난 2022년 인수한 화장품 제조 자회사 '원씽'에 주목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첫 M&A 사례로 눈길을 모았던 원씽은 어성초, 인진쑥 추출물을 원료로 한 스킨케어 기반의 화장품기업이다. 애경산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씽의 실제 가치는 17억원. 애경산업은 인수대금 5억에 웃돈(영업권) 99억원을 얹어 약 111억원에 원씽을 사들였다. 특히 원씽이 디지털 채널을 바탕으로 성장, 일본·중국·미국·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해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정비를 통해 스킨케어라인을 강화하고 온라인 채널을 기반한 진출지역 확대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애경산업은 지난 4월엔 글로벌 K뷰티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와 업무협약을 통해 미국 화장품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고, 일본, 베트남 등 국가에서도 채널 확장 및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미래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K뷰티의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 등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지현의 유통파일] 화장빨 잘~받네…애경산업, 곳간 채우는 비결

'생활용품기업'에서 '생활뷰티기업' 명찰 바꿔단 노림수 적중
화장품부문, 매년 영업이익 챙기는 효자사업 자리매김
中 의존도·'제2 견미리 팩트' 탄생 숙제, 해결시 '香' 보다 '美' 중심이동↑

전지현 기자 승인 2024.05.12 10:00 의견 0
출처=애경산업 IR자료.


애경산업 화장빨을 제대로 받고 있다. 화장품 3사 모두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모처럼 기지개를 편 1분기였지만, 애경산업은 경쟁사에 비해 돋보이는 '깜짝 성적표'를 냈다. 화장품사업 덕분이다. 화장품이 주요 사업축으로 올라선 지 약 10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애경산업의 선택은 적중했고 화장품사업은 이에 보답하듯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모습이다.

12일 애경산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1691억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8%(165억원) 늘었다. 화장품사업, 특히 화장품 글로벌사업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이룬 것이 전사 성장을 견인했다. 실제 이 기간 애경산업의 화장품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7.6%(631억원), 영업이익은 13.7%(99억원) 증가한 반면, 생활용품사업은 매출이 7.7%(1060억원)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1%(66억원) 뒷걸음질쳤다.

뷰티공룡들과 비교하면 깜짝 실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7%, 3.5% 증가했고,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매출이 전년 수준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덩치는 생활용품이 커도 실속은 역시 화장품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애경산업의 모태는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애경산업은 1954년 6월 고 채몽인 창업주가 작은 비누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주방세제 '트리오'를 시작으로 샴푸, 치약 등 제품군을 확대하며 생활용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애경산업이 본격적으로 화장품사업을 또 하나의 사업 축으로 삼은 것은 2016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포인트' 등 클린징과 기초제품으로 화장품사업을 하긴 했다. 그러나 2009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와 협업해 선보인 '루나(LUNA)'가 '대박'을 치면서 색조화장품 진출 기반을 확고히 했고, 이어 2013년 배우 견미리를 모델로 내놓은 에센스 커버팩드 AGE20'S(에이지투웨니스)까지 연이어 홈런을 치면서 애경산업 사업구조 틀마저 바꿔놓는다.

덕분에 애경산업은 현재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양대 사업축으로, 1분기 기준 각각의 매출비중은 37%, 63%다. 물론 이 같은 화장품 매출비중은 2018년 51%까지 올라서며 주력이던 생활용품사업마저 앞질렀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듯 보인다.

그러나 수익성을 놓고 보면 해석이 달라진다. 올해 1분기만 놓고봐도 애경산업의 생활용품사업 매출은 1060억원으로 덩치가 화장품사업(631억원)에 비해 크지만, 영업이익은 화장품부문(99억원)이 생활용품(66억원)을 앞선다. 지난해도 생활용품부문 매출은 4175억원으로 전체 매출 2513억원 중 62%를 차지했으나 화장품부문 영업이익은 364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619억)에서 59%를 거둬들였다. 특히 2021년엔 적자전환한 생활용품사업을 커버하는 동시에 전체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9% 상승시키는 효자 노릇마저 톡톡히 했다.

■그러나…높은 中 의존도·10년째 무소식인 세번째 히트작


다만,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에도 애경산업 화장품사업 호조 배경 중 하나는 중국사업 호조였다. 특히 애경산업 화장품부문 매출은 수출이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다. 최근 2년간 화장품부문 매출은 수출이 70%를, 2021년에는 74%까지 자치했다. 공개된 수치는 없지만, 앞선 이력을 감안하면 수출에서 차지하는 주된 지역은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사업구조는 애경산업 화장품사업이 매출 비중이 중국 수출이 정점을 찍었던 2019년까지 40%후반에서 50%초반까지 끌어올리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중국 보따리상 규제와 코로나19 변수가 작용하자 10%가량이 훌쩍 빠져버리는 원인도 됐다. 국내 화장품기업들의 고질적 문제인 중국의존도가 경쟁사들에 비해선 낮으나 소비심리가 악화된 중국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여타지역으로의 진출 확대가 절실하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성과를 보이는 곳들은 최근 K뷰티 신성장 동력 국가로 떠오른 일본, 베트남 등이다. 그러나 아직 이들 국가에서는 진출 초기라는 점에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다양한 국가로 수출 선택지를 확장해야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또 다른 숙제는 루나와 AGE20'S와 잇는 히트 상품의 부재다. 각각의 제품이 2009년과 2013년 혜성같이 등장해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최근 10년간 세번째 히트제품은 부재한 상태다.

출처=애경산업 2023년 사업보고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뷰티업계는 지난 2022년 인수한 화장품 제조 자회사 '원씽'에 주목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첫 M&A 사례로 눈길을 모았던 원씽은 어성초, 인진쑥 추출물을 원료로 한 스킨케어 기반의 화장품기업이다. 애경산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씽의 실제 가치는 17억원. 애경산업은 인수대금 5억에 웃돈(영업권) 99억원을 얹어 약 111억원에 원씽을 사들였다.

특히 원씽이 디지털 채널을 바탕으로 성장, 일본·중국·미국·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해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정비를 통해 스킨케어라인을 강화하고 온라인 채널을 기반한 진출지역 확대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애경산업은 지난 4월엔 글로벌 K뷰티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와 업무협약을 통해 미국 화장품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고, 일본, 베트남 등 국가에서도 채널 확장 및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미래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K뷰티의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 등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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