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드림호 (사진=HMM)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습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확전 가능성을 살피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상 운임은 다시 오를 전망이다. 정유 업계는 현재로서는 수급이나 공급에 큰 영향은 없지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 정유업계, 수·공급 영향 없어…“원유, 8개월치 비축” 5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지만, 5차 중동전쟁 발발 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기구(OPEC)에서 원유 생산량이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원유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피살됐다. 이에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이 이스라엘에 복수를 예고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보복 공격에 나서겠다고 공식 밝히면서 5차 중동 전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유 업계는 현재 비축량을 고려할 때 원유 공급과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다. 유가도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수급 부분은 현재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호르무즈 해협이라든지, 산유국 이슈라기보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이슈이기 때문에 석유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8개월치 이상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어서 유사시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글로벌 수급 자체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유가도 장중에 치솟았다가 지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79.2달러대로 떨어졌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지난 금요일 2달러 넘게 하락해 73.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황이 악화되는지에 따라서 유가 변동성이 있을 수 있어서 예의주시는 하고 있다”고 했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에너지) 국내 정유 업계 관계자도 “연초부터 중동의 지정학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유가에 큰 영향은 끼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정학적 문제가 쉽게 예단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물류와 유가 등의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 해운업계, 지난해말부터 중동 우회…“운임은 작년 폭등 후 소폭 조정” HMM 등 해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해운 운임이 4주 연속 하락했지만 다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운사들은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홍해를 피해 우회 항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부터 홍해 사태로 인해서 수에즈운하를 지나지 않고 있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쪽으로 우회하고 있다”며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러한 우회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상운임은 뛰었다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전쟁 발발 시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3332.67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115.20P 내린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 해상 운임이 내리면서 SCFI는 4주 연속 하락세다. HMM 관계자는 “SCFI 등 운임은 지난해 12월 전쟁으로 인해 많이 올랐다”며 “최근에 3~4주 정도는 일부 조정이 됐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중국이 밀어내기식 수출에 나서는 일까지 겹쳐 해상 운임은 크게 상승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 삼성·LG 등 현지 거점, “상황 예의주시”…대한항공, 작년부터 중동 직항 중단 이스라엘에 현지 거점을 둔 국내 기업들은 당장에 큰 변화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스라엘 현지에 판매, 연구개발(R&D) 거점이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 당시에는 현지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안전 여부를 점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지난번 사태 때에도 안전에 문제가 된 일은 없었고, 이번에도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천-텔아비브 직항을 운항하고 있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발발한 지난해 10월부터는 6개월 넘게 운항을 중단하고 있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부터 정유 업계 등을 중심으로 전문가 등과 함께 긴급상황점검에 나서는 등 대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가 약 7~8개월 분량의 비축유와 법정 비축의무량 이상의 가스 재고분을 보유하고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이스라엘 보복 예고…정유·해운 등 국내 산업계는?

정유업계 "수·공급 아직 영향 없어…8개월치 원유 비축"
해운업계, 지난해말부터 중동 우회…"운임은 中 물량 겹쳐 높아"
삼성·LG 등 현지 거점, 지난해 재택근무…"현재는 예의주시"

손기호 기자 승인 2024.08.05 15:24 | 최종 수정 2024.08.05 17:35 의견 0
HMM 드림호 (사진=HMM)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습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확전 가능성을 살피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상 운임은 다시 오를 전망이다. 정유 업계는 현재로서는 수급이나 공급에 큰 영향은 없지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 정유업계, 수·공급 영향 없어…“원유, 8개월치 비축”

5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지만, 5차 중동전쟁 발발 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기구(OPEC)에서 원유 생산량이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원유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피살됐다. 이에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이 이스라엘에 복수를 예고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보복 공격에 나서겠다고 공식 밝히면서 5차 중동 전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유 업계는 현재 비축량을 고려할 때 원유 공급과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다. 유가도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수급 부분은 현재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호르무즈 해협이라든지, 산유국 이슈라기보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이슈이기 때문에 석유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8개월치 이상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어서 유사시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글로벌 수급 자체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유가도 장중에 치솟았다가 지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79.2달러대로 떨어졌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지난 금요일 2달러 넘게 하락해 73.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황이 악화되는지에 따라서 유가 변동성이 있을 수 있어서 예의주시는 하고 있다”고 했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에너지)


국내 정유 업계 관계자도 “연초부터 중동의 지정학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유가에 큰 영향은 끼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정학적 문제가 쉽게 예단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물류와 유가 등의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 해운업계, 지난해말부터 중동 우회…“운임은 작년 폭등 후 소폭 조정”

HMM 등 해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해운 운임이 4주 연속 하락했지만 다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운사들은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홍해를 피해 우회 항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부터 홍해 사태로 인해서 수에즈운하를 지나지 않고 있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쪽으로 우회하고 있다”며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러한 우회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상운임은 뛰었다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전쟁 발발 시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3332.67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115.20P 내린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 해상 운임이 내리면서 SCFI는 4주 연속 하락세다.

HMM 관계자는 “SCFI 등 운임은 지난해 12월 전쟁으로 인해 많이 올랐다”며 “최근에 3~4주 정도는 일부 조정이 됐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중국이 밀어내기식 수출에 나서는 일까지 겹쳐 해상 운임은 크게 상승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 삼성·LG 등 현지 거점, “상황 예의주시”…대한항공, 작년부터 중동 직항 중단

이스라엘에 현지 거점을 둔 국내 기업들은 당장에 큰 변화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스라엘 현지에 판매, 연구개발(R&D) 거점이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 당시에는 현지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안전 여부를 점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지난번 사태 때에도 안전에 문제가 된 일은 없었고, 이번에도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천-텔아비브 직항을 운항하고 있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발발한 지난해 10월부터는 6개월 넘게 운항을 중단하고 있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부터 정유 업계 등을 중심으로 전문가 등과 함께 긴급상황점검에 나서는 등 대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가 약 7~8개월 분량의 비축유와 법정 비축의무량 이상의 가스 재고분을 보유하고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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