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 재개발 투시도. (자료=서울시)
공사비만 1조5700억원에 달하는 한남4재정비촉진구역(한남4구역) 재개발의 시공사 선정이 해를 넘기게 됐다. 지연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건설사 간의 수주 전초전이 치열하게 치뤄지는 양상으로 일부 과열된 조짐도 나타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8일에 시공사 선정 총회를 예정한 한남4구역을 놓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등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16만258㎡에 최고 높이 22층, 51개동, 2331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3.3㎡당 940만원이다.
조합은 지난 5월 건축심의를 통과한 뒤 당초 11월 시공사 시공사 선정 총회를 목표로 했으나 입찰지침서에 담긴 '책임준공확약서 제출'을 놓고 내부에서 의견이 갈렸다. '책임준공확약서 제출'로 인해 건설사의 응찰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경쟁입찰이 무산될 것을 우려하면서다. 이에 시공사 선정계획안 내용을 수정한 뒤 대의원회 의견절차를 진행 중이고 시공사 선정 일정도 미뤘다.
시공사 선정 일정은 지연됐으나 한남4구역에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적극적이다. 한남4구역이 한강조망이 가능하고 전체 2331세대 중 일반 분양 물량만 800여 세대에 달하는 등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에서다.
특히 건설업계 1위와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점쳐진다.
삼성물산은 사업지 인근에 '래미안 첼리투스'와 '래미안 용산더센트럴' 등을 시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수주 전략을 내세울 전망이다. 해외설계사에 특화설계를 발주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돌아온 이후 차별화된 주거 모델 및 서비스 제공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차세대 주거 모델 '넥스트 홈'을 출시하면서 강남권, 용산 한남 일대 등에 맞춤형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한남4구역을 수주해 주변 단지와는 차별화된 거점 랜드마크를 래미안으로 선보이겠다"면서"삼성물산만의 노하우와 우수한 품질/브랜드 가치를 통한 하이엔드의 차별화로, 한남뉴타운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남4구역 수주 심의 후 전사역량을 동원해 최고의 사업제안서를 준비하는 등 수주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남4구역 바로 옆 3구역을 수주한 현대건설도 수주에 전력을 쏟는 모양새다. 3구역과 4구역을 모두 품는다면 8000세대에 달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타운화가 가능하다.
현대건설 측은 "한남4구역 조합원에게 최고의 프리미엄과 최상의 만족도를 선사하겠다"면서 상업시설 미분양이 발생하면 대물변제에 나서겠다는 조건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은 기존에 수주한 한남3구역 내 상업시설 연계 및 계획도로를 이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한남3구역 계획도로 이용은 한남4구역 내에 임시 우회도로를 설치하는 계획이 장기간의 사업지연과 막대한 추가부담금이 발생한다는 판단하에 조합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카드를 고려 중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남3구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남3구역 조합은 현대건설의 한남4구역 수주 홍보 활동에서 자신들과 사전 협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특정 조건들이 사용됐다면서 항의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남3구역에 전혀 피해가 없는 방향으로 수주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