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의 MMORPG 'R2M'. (사진=웹젠)
국내 게임사 간 지식재산권(IP) 표절과 관련한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게임업계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넥슨, 카카오게임즈, 웹젠 등 국내 게임사를 중심으로 법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1년 6월 웹젠의 MMORG 'R2M'에서 자사의 게임 '리니지M'을 모방한 콘텐츠와 시스템이 확인된다며 저작권 침해 중지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일부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으며, 웹젠에 손해배상금 612억원 지급 의무가 생기게 됐다.
다만 당시 핵심 쟁점이었던 '저작물 표절' 행위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엔씨는 재차 지난 6일 웹젠을 상대로 'R2M'의 서비스를 중단하고 총 6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엔씨소프트는 카카오게임즈와도 저작권 관련 분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엔씨는 지난 2월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롬'과 자사의 '리니지W'의 주요 콘텐츠, 시스템, 디자인 간 유사성을 이유로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넥슨은 지난 2021년부터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관련 법적 소송을 이어가는 중이다. 넥슨은 '다크앤다커'가 자사의 비공개 'P3 프로젝트'의 소스를 무단으로 반출한 결과물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이에 아이언메이스는 순수한 창작물이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양측의 최종변론이 이뤄졌으며, 1심 재판부는 오는 10월 24일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표절 이슈에 휘말려 자발적으로 개발종료를 선언한 사례도 있다.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를 모방했다는 의혹에 직면한 '프로젝트KV'다. 이 게임은 넥슨게임즈에서 퇴사한 박병림 PD를 비롯한 주요 개발진들이 세운 디나미스 원에서 개발 중이던 서브컬처 장르 신작이이다.
'프로젝트KV'는 콘셉트 이미지 공개 직후 '블루아카이브'의 주요 캐릭터, 콘셉트와 유사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디나미스 원은 기존 '블루아카이브'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개발을 철회했다. 이후 디나미스 원 관계자는 "'프로젝트KV'는 중지하고, 관련 자료를 삭제하겠다"고 전했다.
업계는 표절 관련 시비가 격화되는 이유로 국내 게임업계의 침체를 언급한다. 거듭된 흥행 부진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종 장르의 게임을 견제하기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게임 저작권에 대한 판결 기조 변화 역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대법원이 게임을 복합 저작물 성격을 가진 저작물로 인정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 웹젠이 뮤 IP를 두고 중국 게임사 유주게임즈와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원고 승소판결이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