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앙상블 배우들에게 있어서 ‘체력’은 빼놓을 수 없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배우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돌아오는 대답의 80% 이상이 체력이었다. 많은 연습량으로 인한 체력소모도 있지만, 혹 연습이나 공연에서 상해를 입는 경우에도 적절한 보상을 받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유튜브 아워레코즈(OurRecords) 채널을 진행 중인 전병준 씨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크고 작은 부상을 겪었다. 뮤지컬 ‘삼총사’에서 앙상블 배우로 활약한 그는 일본 공연 당시 늑골이 부러진 상황에서도 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전씨는 “대타가 없어서 축농증도 오고, 감기 몸살이 걸려도 무대에 올라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삼총사’ 일본공연을 보름동안 25회를 했는데, 첫날 공연에서 늑골이 부러졌다. 누울 수도, 가벼운 물건을 들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누구도 병원에 가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후에도 통증이 계속돼서 컴퍼니 쪽에 이야기했는데 그에 대한 어떤 보험도 대우도 없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동시에 다른 친구도 무릎을 부딪쳐서 연골이 나갔다. 저를 포함해 두 명이 다친 상황이 됐다. 사실 한 명이 부재할 경우에는 다른 배우가 군무를 채울 수 있는데, 두 명이 빠져야 하는 상황이 돼 무술 감독이 대타를 뛰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다친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제작사가 도와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쉬쉬하기 바쁜 것 같다. 지인 중에 맹장이 터진 한 배우가 있었는데, 최소 일주일은 휴식을 해야 하는데 쉬는 기간이 길어지니까 컴퍼니에서 눈치를 준다고 하소연 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계약 기간에는 상해보험을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3년 공연예술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배우의 경우 계약기간에 상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배우들에게 있어서 ‘몸’은 ‘재산’이다. 그런 배우들이 공연 중에 상해를 입게 된다면 당연히 적절한 치료와 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또 뮤지컬의 경우는 무대에서 캐스팅 된 배우가 돌발적인 상황으로 무대에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을 대비해 커버를 둔다. 커버에는 얼터네이트(alternate), 언더스터디(understudy), 스윙(swing) 등이 있다.
이중 스윙은 평소에 공연에 서지는 않지만 앙상블이 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이거나, 주요 역할의 배우가 공연에 설 수 없을 때 커버 배우가 이 배역을 맡으면 커버 배우가 원래 맡고 있던 배역으로 투입되는 배우이다. 따라서 스윙은 어떤 배역을 맡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앙상블 배우의 연기, 노래, 춤 등에 능통해야 한다.
전씨는 “그래도 요즘에는 스윙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조금 나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당시에는 스윙이 없는 공연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윙의 부재 혹은 스윙이 존재함에도 배우들이 부상을 입고도 무대에 오르는 이유로 ‘제작비’를 꼽았다. 스윙의 경우 기본적으로 스탠바이 비용이 지급되지만, 공백이 생겨 무대에 오를 경우 기존 앙상블 보다 페이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의 경우는 스윙을 굉장히 낮은 포지션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스윙으로 들어갔다고 하면 다들 ‘어떡해’라는 반응부터 나올 정도다. 사실 스윙은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배역에 능통해야 한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다재다능한 배우가 스윙을 맡는 것이 당연시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스윙을 보면 보통 어린 친구들, 혹은 신인들이 스윙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무대에 올릴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