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미약품
볼썽 사나웠던 한미약품그룹 집안 싸움이 끝나면서, 그룹 안팎에서는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그룹은 기존부터 경영권 키를 잡았던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대표 선임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모양새다. 다만, 지난 1년간의 경영 공백에 따른 대내외 신뢰 회복과 경영 안정화, R&D 성과 도출, 실적 개선 등의 성장 전략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부인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송영숙 회장은 지난해 5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에서 물러난지 9개월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그러나 그간의 싸움이 남긴 숙제는 산적해 있다.
일단 실적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49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 감소한 216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조2061억원, 2022년 1조3315억원, 2023년 1조4908억원으로 꾸준히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분쟁으로 인한 성장세 둔화가 지표로 나타난 것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MSD로부터 유입된 마일스톤에 따른 기저 효과와 독감 유행 지연, 의정 갈등 장기화 등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실적 개선과 함께 한미약품은 기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제기된다. 이를 염두한 듯 한미약품은 기존 강점인 신약 개발을 더욱 강화할 방침을 내세웠다. 특히 내년 하반기 출시 목표인 한국형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해 세계최초 근육증가 효과를 갖춘 비만 치료제 HM17321은 하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HM15275는 GLP-1/GIP/글루카곤 복합제로 하반기 임상 2상 진입이 목표란 설명이다. 이외에도 항암 파이프라인인 HM100760, GC녹십자와 공동 개발 중인 파브리병 치료제 LA-GLA (HM15421),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TUS 등이 하반기 임상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재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올랐으나 조만간 전문경영인 선임이 이뤄질 전망이다. 모녀 측 4자연합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독일 제약사 머크(MSD)식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계획을 밝혀왔다. 머크는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 등 2개 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가족위원회는 머크 가문의 일원과 외부 전문가로 혼합해 파트너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하고 파트너위원회에서 머크의 최고경영진이 선임된다. 새로운 전문경영인이 선임되면 한미사이언스 1대 주주인 신동국 회장, 그리고 오너일가 간의 역할도 정리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송 대표이사는 그룹 조직을 재정비해 안정시키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며 "더 발전된 한미사이언스 거버넌스 체제에 대해서는 3월 정기주총 이후 공식적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