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실책일까, 단순한 해프닝일까. 1위 탈환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던 미래에셋운용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에 대한 분배금 축소 지급 논란 이후 개인 순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쌓아왔던 ‘TIGER’ 브랜드 신뢰에 미칠 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 서학개미 열풍타고 '날아오른' TIGER 미국S&P500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24일까지 ‘TIGER미국S&P500’ ETF에 대한 개인 순매수 규모는 2200억원 규모다. 지난달 설 연휴로 인한 휴장을 감안하면 동기간 순매수 규모가 전월(2900억원) 대비 20.7% 가량 줄어든 셈이다.
‘TIGER미국S&P500’은 미국 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 증가와 ETF 투자 경험 노하우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이후 자금 유입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초 2조1000억원 수준이던 순자산 총액은 지난해 말 7조원대를 넘어서며 3배 이상 폭풍 성장을 기록했다.
이 ETF는 S&P500에 투자하는 대표 상품으로 입지가 굳어지면서 지난달에도 개인들 순매수만 2900억원을 넘었다. 이는 뒤를 쫓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미국 S&P500’(1127억3600만원) 대비 두배 이상 많은 규모다.
두 상품에 대한 개인 순매수 규모 차이는 이달 초인 3일 기준으로도 3배( TIGER미국S&P500 358억4565만원 vs KODEX미국S&P500 116억3043억원) 이상 벌어지며 격차가 더 확대되는 상황이었다.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층 확대와 대표 상품으로서의 굳건한 입지 확보에 자신감을 얻은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6일 ‘S&P500’과 ‘나스닥100’ ETF에 대한 수수료 인하를 선언하며 1위 고지 탈환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 분배금 지급 논란 이후 개인 러브콜 '뜸해져'
변수가 발생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과세 방법 개편안 등 반영을 위해 지난 1월 ‘TIGER미국S&P500’과 ‘미국나스닥100’에 대한 분배금을 보수적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분배금 책정은 운용사 고유 권한인 만큼 해당 결정에 대해 문제삼긴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치했다는 점만으로도 투자자들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11일 이후 개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눈에 띄게 줄었다. ‘TIGER S&P500’에 대한 개인 순매수 규모는 11일 70억원대로 내려 앉았고, 12일에도 55억원 수준에 그쳤다. 주간 기준으로도 둘째주 순매수 규모(453억원)는 전주(911억원) 대비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 24일 다시 300억원대를 회복했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 평이다.
특히 TIGER로 향하던 개인 자금들의 일부가 삼성자산운용 상품들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1127억원 수준이던 ‘KODEX미국S&P500’ ETF에 대한 개인 순매수 규모는 이달 들어 12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전월 대비 감소한 미래에셋과 달리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18일에는 ‘KODEX미국나스닥100’과 ‘KODEX미국S&P500’이 미래에셋운용의 TIGER 상품을 모두 제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상품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변화는 양사 전체의 성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조6000억원대까지 좁혀졌던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격차는 지난 21일 기준 다시 4조9000억원대까지 확대됐다.
■ “브랜드 신뢰도 위한 대응 판단 중요”
시장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 같은 현상이 미국 대표지수 ETF 뿐 아니라 다른 상품들에게로 전이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한 자산운용사 ETF 본부장은 “예상보다 이번 이슈에 대한 투자자들 민감도가 커 미래에셋은 물론 업계에서도 상당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과거 삼성자산운용이 WTI ETF 사태를 기점으로 추세적으로 꺾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미래에셋이 4월 나스닥100 분배금 이슈 등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더 훼손되지 않도록 대응할지에 따라 장기화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며 “금리형 ETF나 커버드콜 등 타상품으로의 개인 자금 움직임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