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달만에 스태그플레이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수요는 둔화하고 공급발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오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 실적도 담보할 수 없다. 이미 올해 미국 기업실적 전망치는 둔화 추세다.

iM증권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권이 경기의 추가 과열보다는 경기 둔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특히 관세 영향이 얹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재정지출은 줄이고 이민자는 내쫓으니 수요는 둔화될 수밖에 없고, 물가는 공급발 상승압력에 놓여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흐름이라는 얘기다.

2월 들어 강력한 랠리를 보였던 글로벌 증시와는 달리 미국 증시흐름이 모호해지고 있다. CPI(소비자물가지수)도 반등했지만 지역연준지수 등 여러 지표에서 인플레 전망관련 지표의 급등이 확인되고 있다. 1월 소매판매는 크게 부진했는데 서비스 PMI지수도 급락했다. 월마트는 올해 이익 가이던스를 내려잡았다. 트럼프 취임 고작 한말만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한달 나타난 정황이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 실적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이웅찬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미 올해 이익 추정치가 하향 중"이라며 "이런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 지는 관세부과, 재정감축,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정권의 정책 강도에 달렸다"고 봤다.

물론 트럼프의 정책방향은 여전히 강경한 듯 보인다. 관세 일부는 유예 중이라지만 철강/알루미늄과 대중 추가 관세는 이미 부과한다. 자동차, 반도체, 상계관세, 캐나다/멕시코 관세 등도 조만간 확정 예정이다. 이 스트래티지스트는 "철강과 자동차는 특히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산업으로 관세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는 관세 부과만으로 육성하기 어려우니 TSMC에 Intel 부흥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중국 선사에 및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도 보도됐는데, 장기적으로는 미국 제조업을 육성할 지 몰라도 당장 공급발 물가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또한 트럼프는 멕시코, 캐나다 관세 부과도 재차 확인해줬다. 이에 캐나다에선 미국에 대한 감정이 급격히 악화됐는데,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서 캐나다 국경을 열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보고서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캐나다 국경으로부터 중국 물건이 넘어오지 않게 하려면 논리적으로는 1)길고 긴 미국-캐나다간 국경 감독을 강화하거나, 2)캐나다도 중국에 관세를 매기거나, 3)미국이 캐나다를 병합해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불가능한듯 보이나 캐나다 합병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닌 이유다.

일본도 다시 물가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인플레 압력이 상승한지는 꽤 지났지만 1월 CPI YoY상승률은 4.0%의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BoJ 역시 올해 1월에 이미 금리를 한 차례 올렸는데 올해 2회 이상 추가 금리 인상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웅찬 스트래티지스트는 "엔화는 강세를 보여 달러/엔은 150까지 내려왔다"며 "일본 저금리발 유동성은 축소될 것이고 미국 기술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정체를 보이는 미국 증시는 과연 어떤 흐름을 보일까.

이 스트래티지스트는 이와 관련, "트럼프 정권 이후 경제지표가 계속 부진할 지도 확인해야 하고, IT 버블 시기와 같이 AI 기대감이 증시를 이끌어갈 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일단 올해 기업실적 추정치는 하향조정 중인데,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를 줄인다는 루머도 나온다. 이번 주 엔비디아 실적이 그 힌트를 조금 더 보여줄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