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로고와 건설 관련 이미지 (사진=각 사, 이미지생성)


건설업계가 수익성 악화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사업 확대에 나섰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둔화로 기존 수주사업만으로는 성장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수소·디지털·모듈러 등 비(非)건설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수소 발전 및 통신판매업을, 현대건설은 수소에너지사업을, GS건설은 모듈러 건축과 온라인 판매 사업을 추가하며 3월 정기주총에서 신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기존 건축공사 중심에서 벗어나 신사업으로 이동하는 것은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다만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려면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국내 정치적 상황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삼성물산, 수소·디지털 플랫폼 사업 확대… 글로벌 확장 본격화

삼성물산은 오는 14일 주주총회에서 수소 발전 및 관련 부대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이는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수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홈플랫폼 ‘홈닉(Homeick)’과 빌딩플랫폼 ‘바인드(Bind)’ 사업 확대를 위해 통신판매중개업 추가를 추진하며, 스마트홈·빌딩 플랫폼 사업을 통해 건설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신사업 확대는 최근 건설 부문의 실적 둔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약 3%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자,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 확대와 신사업 강화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동·아시아 시장에서의 수주 확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및 스마트 인프라 사업을 육성하며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무죄 판결'도 이 같은 글로벌 확장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그룹 차원의 신사업 추진과 글로벌 확장 전략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LS일렉트릭과 협력해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 수소에너지사업 본격화… 미래 성장 동력 확보

현대건설은 오는 20일 정기주총에서 수소에너지사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이는 탄소중립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침에 맞춰 수소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이 수소 사업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적자로 인한 실적 타격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기존 건설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상업용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를 전북 부안에 건설 중이며, 2025년 5월부터 본격적인 수소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전북 부안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조감도. (자료=현대건설)


또한, 현대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협력해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기지를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33년까지 5조7000억원을 투자해 수소 에너지 기술 및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그룹과의 협력을 극대화하며 수소 밸류체인 확장과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은 이번 정관 변경을 계기로 EPC(설계·조달·시공) 및 FEED(기본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 GS건설, 모듈러 건축과 통신판매업 진출 본격화

GS건설은 모듈러 주택 사업 강화를 위해 통신판매업을 추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신판매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며, 이는 모듈러 주택의 온라인 판매 활성화와 소비자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자이가이스트 상품에 경동나비엔 IoT 기술이 적용된 이미지. (자료=GS건설)


GS건설은 최근 친환경·고효율 모듈러 주택 공급을 확대하며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폴란드 단우드사와 영국 엘리먼츠사의 지분을 인수하며 글로벌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충남 당진의 목조 모듈러 생산 공장에서 제작된 주택은 표준화된 50여 개의 모듈 설계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으며, 설계 후 신속한 계약과 시공이 가능하다.

GS건설이 통신판매업을 추가하는 배경에는 모듈러 건축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45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모듈러 건축은 공사 기간 단축, 원가 절감, 친환경적 요소를 갖춰 ESG 경영에도 부합하는 사업 모델로 평가된다.

GS건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주택 설계를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B2C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 “건설업계, 신사업 확대 필연…정책 불확실성은 부담”

건설업계가 신사업 확대에 나서는 것은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주요 건설사들은 이처럼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러나 신사업의 성공 여부는 정책 지원과 글로벌 시장 변화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가 기존의 건축공사 중심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신사업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으로 보인다”며 “현대건설의 경우 수소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지만, 국내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도 주택 건설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 에너지·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으며, 미국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정부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국내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해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성을 원하고 있다”며 “수소 등 신사업이 정착되려면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신사업 확대가 건설업계의 필연적인 상황이지만, 정책적 지원과 초기 투자 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