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한우 대표이사. (사진=현대건설, 편집=손기호)
현대건설이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한 뒤,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체제 아래, 해외 원전과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수익성 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손실을 딛고 반등을 노리는 현대건설의 설욕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 현대건설, 연초부터 대규모 손실 정리 후 체질 개선 본격화
현대건설은 지난해(2024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2209억원을 기록하며 23년 만의 적자를 냈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 사업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 손실처리를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 현대건설의 전략이다.
다만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32조694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0.3%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규 수주는 30조5281억원을 기록하여 목표치인 29조원을 초과 달성했다. 이를 통해 89조9316억원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며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한우 대표 세대교체…새로운 성장 로드맵 제시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CEO 교체를 단행하며 세대교체를 통한 경영 혁신에 나섰다. 1970년생인 이한우 대표는 현대건설 역사상 첫 70년대생 CEO로, 건축·주택 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내부 출신으로 조직 이해도가 높으며, 변화하는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펼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 메시지를 통해 “원전과 청정에너지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그룹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UAE 바라카 원전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불가리아 원전 착공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에서 원전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미국 홀텍사, 한국원자력연구원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원전(SMR)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고, 해상풍력·태양광·수소사업 등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 손실의 원인 지목 현대엔지니어링…올해 신사업 확대 사업방향 재정립
문제는 현대건설의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엔지니어링과 플랜트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을 맡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도 사업 방향을 재정립하며, 엔지니어링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이 건설하는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 모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다섯번째) 등이 첫 삽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센터 2025 비전'을 수립하고, 플랜트 설계 및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본설계(FEED & Basic Engineering) 역량을 확대하고, AI 기반 설계 자동화를 실현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 신사업 분야에서 올해 내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신사업 매출 비중을 1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추진 사업으로는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초소형원자로 개발, 자체 전력 생산, 이산화탄소(CO₂) 자원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등이 있다.
■ 현대건설의 올해 사업 전략, ‘해외 수주·신재생에너지·복합개발’ 중심
현대건설은 2025년 매출 목표를 30조3873억원, 수주 목표를 31조1412억원, 영업이익 목표를 1조1828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원전 사업 확대 ▲저경쟁·고부가가치 해외사업 추진 ▲디지털 건설 기술 도입 ▲대형 복합개발사업 투자 확대 등의 전략을 추진한다.
청정에너지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원전 사업 외에도 해상풍력과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고, 궁극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산업에서도 글로벌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수익성 중심의 전략 중 하나로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꼽았다. 단순 도급사업에서 벗어나 시행과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며,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서울역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최근에는 '서울역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지하 10층~지상 39층 규모의 대형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5조원 규모 프로젝트다. 이는 세계적인 건축 설계사 포스터+파트너스와 협업해 '트로피 에셋'급 랜드마크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역 힐튼호텔 개발을 시작으로 가양동 CJ부지(5조4000억원), 복정역세권(12조원) 등 초대형 복합개발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현대건설의 전략적 투자자(SI)로서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시행이익과 시공이익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해외 원전·신재생에너지·복합개발사업 통해 수익성 개선 기대”
현대건설의 이러한 전략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의 김승준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2025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5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신한투자증권의 이선일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해외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정리하고, 2025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원전 시장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국내 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이한우 대표 체제에서 현대건설이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건설사로서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