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그룹)
■ RSU, 누구를 위한 주식 보상인가?
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가 성과 조건 없이 대량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지급받으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RSU는 본래 임직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도로 도입됐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와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 이사보수 한도를 280억원으로 늘리는 안을 상정했다. 31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 보수총액 한도는 150억원에서 86.7% 오르게 된다. 이는 2025년 2월 지급될 RSU 평가액이 급등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RSU 규정을 제정한 첫해 부여된 주식은 박정원 회장 2만4592주, 박지원 부회장 6675주, 김민철 사장 4335주 문홍성 사장 4346주 등 총 3만9948주다. 두산의 주가는 2월28일 종가기준 32만2500원으로 지급 당시보다 3배 가량 올랐다. 박정원 회장이 RSU를 통해 지급 받을 주식은 79억원, 박지원 부회장은 21억원 규모다. 이는 별다른 성과 조건 없이 단순 재직만으로 가능하다.
지급의 기준이 된 것은 연결기준 매출액 평균 16조2364억원, 영업이익 평균은 8276억원과 별도기준 영업수익은 1조5258억원, 영업이익 평균은 1125억원이다.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16조9957억원, 영업이익은 1조1260억원, 당기순손실은 5811억원, 지배기업 소유주지분을 반영하면 두산은 오히려 6963억원 적자를 냈다. 지배기업 소유주지분은 기업의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중 소유주들이 소유한 부분으로 기업의 성과와 수익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두산타워 (사진=두산)
■ 글로벌 기업, 철저한 성과 기반 RSU 운영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는 직원들이 일정 요건을 달성할 경우 기본급의 절반가량을 RSU로 받을 수 있다. 올해 초부터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RSU가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RSU 지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RSU를 스톡옵션과 마찬가지로 신고·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주주들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RSU 지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주주와 그 가족, 회사 경영진에 대한 지급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직계존비속은 RSU를 받을 수 없으며, 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초과하는 규모의 RSU를 지급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 본래 취지를 살리는 제도적 개선 방안 필요
전문가들은 RSU가 기업 성장과 장기적인 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지만, 대주주 중심의 운영이 지속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독립적인 보수 심의 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RSU 지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과 제도 개선이 없다면, RSU는 '성과 없는 퍼주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