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최창규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쟁의대책위원장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 앞 대로에서 열린 대전지역 총파업 출정식에서 투쟁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철도 산업에서 “민영화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공을 벗어난 철도 사업에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관료 출신 인사들이 포진하고, 복수의 철도 운영사 체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철도는 여전히 국민이 이용하는 핵심 공공 인프라이지만, 운영 이익의 방향은 점점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철도민영화를 위한 정책의 핵심은 더 편리하고 안정적인 매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분할-분리’다. ‘철도 민영화 3정책’이라 불리는 ▲제2철도교통관제센터 신설 및 관제권 이양 ▲철도차량 정비시장에 차량 제작사 참여 ▲시설 유지-보수업무 분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철도 시스템을 조각내 민간 개입이 용이한 구조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 구조 개혁 표방한 이원화, 안전을 위협하다

2004년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는 철도 구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된 철도 시스템을 운영과 시설로 분리했다. 운영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시설 관리는 국가철도공단이 맡았다. 그러나 이원화된 구조는 오히려 철도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이 공동 발주한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유지보수와 관제는 코레일, 건설과 개량은 국가철도공단으로 나뉜 파편화 구조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업무 일관성 부족, 사고 시 책임 공방, 시스템 개선 지연 등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기관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에 소극적이다. 오히려 두 기관은 사업 영역을 두고 경쟁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일이 반복됐다.

■ 민영화의 전조, ‘분할과 분리’ 정책

2023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철도안전 강화를 위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하 철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의 핵심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독점하던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철산법을 제정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20년동안 철도시설의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이 맡아왔다. 이 법은 상정되지 않았지만 철산법 개정 의도는 사실상 유지보수 영역까지 민간에 개방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철산법이 제정될 당시 철도 운영사는 코레일 밖에 없었으나 이제 철도운영사는 코레일만이 아니다.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SR, 진접선(서울 노원구 당고개역~경기 남양주 진접역 구간 4호선 연장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다양한 철도운영사가 생겼다. 운영사가 유지 보수까지 담당한다면 이는 운영과 관리가 통합된 완전 민영화 체제로의 전환 효과가 있다.

(사진=SR)

■ ‘효율’의 가면 쓴 민영화 수순…관피아의 ‘일자리 창출’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GTX-A 노선 시행사인 에스지레일㈜의 대표는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인사다. 신안산선 사업의 민간시행사 넥스트레인㈜ 대표는 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신분당선 3단계 연장사업의 새서울철도㈜ 대표는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서해선(소사-원시) 복선전철 사업을 맡은 이레일㈜의 전·현직 대표 또한 모두 국토부 고위직 출신이다.

철도 민간사업자들이 관료 출신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구조개편의 이면에 ‘퇴직 관료들의 일자리 창출’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와 기재부가 구조개편을 설계하고, 그 수혜가 결국 퇴직 관료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는 철도산업의 공공성과 투명성 모두를 훼손한다.

■ 그가 떠난 자리, 국민의 피해 남아

윤석열 정부 철도정책의 핵심은 공공부문 축소와 민간 참여 확대다. 과거 공공기관 자산 매각과 민영화 과정에서 반복됐던 퇴직 관료 중심의 이권 구조가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철도 운영이 특정 세력의 안정적 수익 구조로 변질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형태의 민영화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국민의 일상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 생명선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철도를 관료 출신기업의 새 사업 모델로 전환시키고 사라진 이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