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들이 저마다의 생존 전략을 앞세워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금호건설은 주거 브랜드를 전면 교체하며 실수요층 공략에 나섰고, 반도건설은 안정적인 자체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대형사 중심의 정비사업 흐름 속에서 이들의 움직임은 중견사 생존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금호건설, 브랜드 재편과 실적 반등으로 ‘아테라 원년’ 선언

금호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 4680억원, 영업이익 57억원, 순이익 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0% 이상 증가하며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보였다. 원가율도 96.2%에서 95.8%로 개선돼 수익 구조가 한층 견고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흑자 기조가 2분기 연속 유지되며 ‘V자 반등’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호건설이 2주 만에 전 세계 계약을 완료하며 조기 완판에 성공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청주테크노폴리스 A7블록 ‘청주테크노폴리스 아테라 2차’의 조감도. (사진=금호건설)


브랜드 측면에서도 금호건설은 지난해부터 기존 ‘어울림’에서 신규 주거 브랜드 ‘아테라(ARTERA)’로 바꾸며 브랜드 쇄신에 나섰다. 올해는 ‘아테라 확산 원년’으로 설정하고 전국 9개 사업장에서 총 1만558가구 주택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중 약 5000가구를 신규 브랜드로 분양할 계획이다.

특히 ‘청주테크노폴리스 아테라 2차’는 1순위 청약 경쟁률 109.7대 1을 기록하며 2주 만에 완판됐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합리적 가격과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마지막 민간 분양이라는 희소성이 맞물려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재무구조 측면에서도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4분기 차입금 314억원을 상환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01억원을 추가로 갚아 총 차입금을 2600억원 수준으로 축소했다. 외부 차입금 의존도도 19%에서 16%로 낮춰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 반도건설, 자체사업 역량으로 안정적 수익 확보

반도건설은 금호건설과 달리 브랜드 변화보다는 사업 안정성과 수익 기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토지 매입부터 분양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자체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도급사업 중심의 타 건설사들과 차별화된 포지션을 구축했다.

자체사업은 건설사가 외부 발주처가 아닌 본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하고 직접 아파트를 분양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도건설은 이 모델을 통해 지난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올해에도 이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건설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 아파트 투시도. (사진=반도건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반도건설의 자체사업 평균 분양률은 92.6%에 달한다. 대표 단지인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는 분양 총액 1조8000억원에 100% 계약 완료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도급공사의 원가율이 102%를 넘었던 반면 자체사업은 75% 수준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화성 장안지구(1595가구), 남양주 왕숙단지 M-7BL(788가구), 용인 언남지구 B3블록(268가구) 등 미래 사업을 위한 택지를 선점해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 후분양제 도입과 자금력 격차, 중견사의 새 도전

최근 대형 건설사들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후분양제’는 중견사들에게 새로운 위기 요소다. 후분양제는 건설을 완료한 후 분양에 나서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실물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행사는 공사 기간 중 막대한 자금을 선투자해야 한다.

대형사들은 자체 자금력과 신용도를 활용해 이러한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지만, 중견사들은 공사비 조달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정비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조합 측이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모두 요구하기 때문에 후분양제가 정착될 경우 중견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사들은 선분양제에 맞춘 자금 조달 구조에 익숙한데 후분양제가 일반화되면 사실상 참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이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건설업계, 살아남기 위한 공통 과제는 ‘현금흐름 관리’

금호건설과 반도건설의 사례를 보면 전략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현금흐름 관리’다. 금호건설은 외부차입금 축소와 분양 수익 조기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반도건설은 고수익 자체사업에 집중하며 외부 금융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불황기에 신규 투자를 억제하고 미수금을 조기에 회수하며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양사 모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고수익 중심의 사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해 주택시장과 건설업계는 여전히 어려운 국면에 있다. 하지만 금호건설의 브랜드 혁신과 수익 구조 개선, 반도건설의 안정적인 자체사업 전략은 중견사의 생존 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중견사들은 단순히 대형사와의 경쟁이 아닌 나름의 강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