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카지노 산업이 격변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마카오의 독점 구도는 해체되고 일본, 태국, 필리핀 등 신규 진입 국가들이 대형 복합리조트(IR) 프로젝트에 뛰어들며 춘추전국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이 흐름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글로벌 관광 수요와 맞물리며 산업 구조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카지노 산업의 대명사였던 마카오는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과 정킷 규제 강화로 VIP 고객군이 급감하며 산업 구조에 변화를 겪고 있다. 방문객 수는 코로나 이전의 89%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총매출(GGR)은 78%에 그쳤다. 이에 따라 마카오는 고부가가치 VIP 중심 수익 모델에서 매스 고객 중심과 복합리조트 매출 다변화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오랜 금기를 깨고 카지노 산업에 본격 진입했다. 2018년 IR 법안 통과 이후, 첫 프로젝트인 오사카 유메시마 리조트가 2029년 개장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는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6천만 명 유치 전략의 핵심으로, MGM과 오릭스가 운영을 맡는다. 전시, 쇼핑, 숙박시설이 집약된 대규모 관광단지로 개발돼 동아시아 관광 산업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 역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태국은 카지노 합법화를 총리 주도로 추진 중이며, 베트남은 반돈 경제특구에 21.8억 달러 규모의 IR을 건설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센토사, 마리나베이 중심의 리조트 확장을 진행 중이고, 필리핀은 민관 합작으로 1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카지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마카오에 집중됐던 고부가가치 관광 수요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고자 총력전에 나섰다.


한국의 카지노 산업도 이 흐름에 발맞춰 회복세에 들어섰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를 제외한 17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서울과 제주 등 주요 관광지에 위치하며 외국인 수요 회복에 따라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파라다이스 그룹은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10.1% 증가한 8,18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일본 VIP 고객의 드롭액 증가가 실적 반등을 견인하고 있으며, GKL 또한 5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7.2%의 드롭액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 VIP 고객의 회복은 더딘 편이다. 이는 2021년 이후 중국 정부의 자본유출 방지책과 정킷 단속 강화, VIP 베팅에 대한 부정적 사회 분위기 탓이다. 다만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정책이 3분기부터 시행되면, MASS 세그먼트의 성장세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GKL은 중국 MASS 고객 드롭액이 전년 대비 30.1% 증가하며 추세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파라다이스와 GKL이 복합리조트 인프라와 지리적 이점을 앞세워 시장 확대의 기회를 잡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인근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고급 호텔, 스파, 테마파크 등으로 VIP와 MASS 고객 모두에게 강력한 흡입력을 보인다. 강원랜드 역시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 카지노 프로젝트에 대응하기 위해 복합리조트 시설 개선과 확장에 나섰다.

카지노 산업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업종으로, 경쟁은 오히려 시장 확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VIP의 부진이 미래 성장의 여지로 바뀌는 가운데, 아시아 카지노 산업은 구조적 전환과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이 향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편집자주] 독립 리서치 기업인 '그로쓰리서치'의 분석을 담은 내용입니다. 뷰어스는 글과 관련한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