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보이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를 K-뷰티산업이 제대로 공략했다. 피부 관리와 비만치료 등에서 한국의 미용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고 있다.
이 산업은 구조적인 수요 증가와 기술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중이다. 피부개선을 목적으로 고주파(RF), 초음파(HIFU), 레이저, IPL 등 에너지 기반 기술을 사용하는 의료기기들이 주요 제품군을 이루고 있다. 특히 과거 고소득층 중심에서 중산층, 남성, 젊은층으로 수요층을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코로나19 이후 미용 시술 관련 정보가 SNS와 영상 플랫폼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접근성이 개선됐고, 특히 비만치료제의 보급으로 체중 감량 이후 발생하는 피부 탄력 저하 문제가 부각되며 관련 시술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빠른 체중 감소는 피부의 탄력 저하, 모공 확장, 푸석함 등을 야기하며 이는 미용 의료기기의 주요 시술 대상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피부과를 중심으로 하던 미용 의료기기 시장이 보다 넓은 소비자층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미용 의료기기 시장은 2024년 270억 9000만 달러에서 2029년 442억 7000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약진은 눈에 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고가 외산 장비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시술 단가 인하 및 접근성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로쓰리서치 정서윤 연구원은 "과거에는 고소득층과 특정 계층만의 전유물이던 피부미용 시술이 비만치료제와 SNS 바이럴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되며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클래시스(092790)는 HIFU 기술 기반 '슈링크 유니버스'와 RF 기반 '볼뉴머' 등의 제품군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볼뉴머'는 최근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며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원텍(336570)은 RF, HIFU, 레이저 기반 장비를 주력으로 하며 태국,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의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비올(335890)은 RF 마이크로니들 기술에 강점을 가지며, '스칼렛', '실펌X'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NMPA 인증을 받은 제품을 통해 현지 대리점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술이전 수익 또한 실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에이피알(278470)은 화장품과 홈 뷰티 디바이스를 주력으로 하며, 해외에서 빠르게 시장을 확장 중이다. '메디큐브', '메디큐브 에이지알' 등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미국, 일본, 유럽에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망을 넓히고 있으며, 최근에는 저가형 디바이스와 신규 화장품 라인업을 통해 고객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은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세계 미용 트렌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 외산 장비에 의존하던 시장은 기술 자립을 넘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국산 장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이는 산업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한국을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상당수가 피부과 및 성형외과를 방문하면서 한국산 미용 의료기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시술받은 외국인 환자들이 자국에서도 동일한 장비를 요구하면서, 한국 미용 의료기기의 수출 및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서윤 연구원은 "한국 미용 의료기기 산업은 기술력과 디자인, 가격까지 삼박자를 갖춰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특히 비만치료제의 대중화와 영상 중심의 SNS 확산이 산업의 장기적 성장에 결정적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비만치료제 보급 확대와 피부 시술 수요 증대, 영상 플랫폼을 통한 바이럴 효과가 맞물리며 미용 의료기기 산업의 외연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술 고도화와 규제 완화를 통해 신제품 출시에 속도가 붙는다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입지는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필자인 김주형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기업을 탐방했고, MTN 머니투데이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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