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로봇이 5년 안에 인간 외과의를 능가할 것이다."
지난 4월 일론 머스크가 X(구 트위터)를 통해 던진 이 한 마디가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이 발언은 단순한 전망이 아니었다.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통해 실제 원격 뇌 수술을 성공시킨 사례와 맞물리며, 수술 기술의 중심축이 기계적 정밀성을 넘어 데이터 기반 지능화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2000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는 수술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3D 고해상도 영상과 7축 로봇팔, 인체공학 콘솔이 결합된 이 시스템은 복강경과 흉강경 수술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2025년 3월 기준, 다빈치의 누적 설치 대수는 1만189대로, 미국, 일본, 서유럽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연간 유지비가 약 2억3000만원에 달하지만 수술 정확도 향상, 입원 기간 단축, 합병증 감소 등 임상·경제적 이점을 인정받으며 전 세계 병원에서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강권형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초고령화 사회와 외과 전문의 부족이라는 구조적 환경은 결국 로봇수술이 필수가 되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며 “기계 보조 수술의 수요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성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다빈치는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서 가상 시뮬레이터 구독, 수술기구 교체 및 유지보수 등 반복 수익 구조를 갖춘 SaaS 기반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다빈치5 세대 모델은 연 단위 소프트웨어 구독이 가능해지며 병원의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를 가능케 했다. 이는 고정형 장비에서 데이터 중심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며, 의료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을 겨냥해 글로벌 기업들은 다빈치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메드트로닉은 ‘휴고’를, 존슨앤드존슨은 ‘오타바’를, 영국 CMR 서지컬은 ‘버시우스’를 각각 출시하며 FDA 인허가와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뉴럴링크의 R1 수술 로봇은 단순한 보조장비를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AI 수술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 로봇은 실시간 클라우드 기반 조작 데이터 업로드,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 최적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향후 의료 인공지능의 주도권 경쟁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고영(098460)은 뇌수술용 로봇 ‘카이메로’로 올해 1월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며 미국 병원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큐렉소(060280)는 정형외과 수술로봇 ‘큐비스-조인트’의 미국 FDA 및 일본 FMDA 인허가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강권형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의 수술로봇 기술은 글로벌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특히 신흥국·고령화 지역을 중심으로 확장 여력이 크다”며 “인허가와 파트너십만 잘 연계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로봇 수술 시장은 2024년 약 111억 달러 규모에서 2029년까지 연평균 16.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3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단순한 도구를 넘어 지능화된 외과 파트너로 진화 중인 수술 로봇. 의료기술의 주도권을 누가 쥐게 될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기술이 이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인 김주형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기업을 탐방했고, MTN 머니투데이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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