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콘텐츠의 확산과 글로벌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결합되면서 K-푸드의 대표 주자인 라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유례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라면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12.5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국은 중국(21%), 미국(17%), 네덜란드(7%), 일본(5%) 순이며, 총 141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내수 시장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 한계에 직면한 반면, 해외 시장은 높은 수익성과 잠재력이 부각되며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무대가 되고 있다. 한국은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이 78개로 세계 2위를 기록할 만큼 라면 소비가 활발하지만, 정부의 가격 규제와 시장 포화로 인해 국내 매출 확대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라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라면 수출 신화의 시발점은 2019년 영화 ‘기생충’에서 등장한 농심의 ‘짜파구리’였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집콕 수요 증가, K-콘텐츠의 전 세계적 인기,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되며 K-라면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방송에서 섭취하는 장면이 전파되며 불닭 챌린지로까지 이어졌고, 이 제품은 현재 삼양식품 전체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에 위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 정책은 K-푸드의 주요 수출처 중 하나인 미국 시장에 변수로 작용했다. 다행히도 농심은 LA에 생산공장을 보유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했고, 삼양식품은 프리미엄 제품군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소비자 가격 전가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그로쓰리서치 진재현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K-라면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며 "프리미엄 이미지와 체험 수요가 관세 인상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농심과 삼양식품은 공격적인 생산능력 증설을 통해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은 부산 녹산에 연간 5억 개 규모의 수출 전용 공장을 2026년 완공할 예정이며, 삼양식품은 밀양 제2공장을 2025년 5월 가동하면서 생산 CAPA를 19.3억 개에서 26.2억 개로 확대했다. 특히 농심은 '신라면 투움바'라는 신제품을 출시해 미국 유통 대기업 월마트와 협업하며 미국 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농심은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3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테스코(영국), 알버트하인(네덜란드), 까르푸(프랑스) 등 주요 유통 채널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유럽 매출이 연평균 25%씩 성장했으며, 2024년에는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라면 기업 외에도 관련 산업군의 수혜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제분 업체인 사조동아원은 농심과 삼양식품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30%에 달한다. 라면 수요가 늘어날수록 밀가루 수요 역시 증가하며, 이 회사는 당진과 부산에 총 84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가동률은 76% 수준으로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한 여력이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K-라면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한류 확산의 매개체이자 대한민국 식품 산업의 글로벌화를 상징하는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트렌드성 소비라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농심과 삼양식품의 다변화된 제품 전략과 생산 인프라 확충은 이러한 우려를 상쇄할 만한 근거를 제공한다. 진재현 연구원은 "K-콘텐츠와 함께 K-라면이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며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K-라면은 전 세계 식탁 위에서 그 존재감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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