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자사 경구용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임상 3상 성공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는 주사제가 주류를 이루던 기존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사건이다. 전 세계 비만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2035년에는 인류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다 편리한 복용 방식을 제공하는 ‘먹는 비만약’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금까지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Saxenda), 위고비(Wegovy)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 등 GLP-1 기반의 주사제 위주였다. 그러나 주사제는 복약 순응도가 낮고 보관이 까다로워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피하주사 방식으로 투약 교육이 필요하고, 냉장 보관을 필수로 하는 등 실생활에서 불편함이 컸다. 이로 인해 복용이 간편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한 경구용 제형이 시장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치료제는 크게 펩타이드 기반과 저분자 화합물 기반으로 나뉜다. 펩타이드는 기존 주사제와 유사한 구조로 안정성이 높지만 생체이용률이 낮아 고용량이 필요하며 생산비가 높다. 반면 저분자 화합물은 복약 편의성과 원가 경쟁력이 높지만 장기 안정성 확보가 과제다. 일라이 릴리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오르포글리프론으로 임상 3상을 완료했고, 2026년부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펩타이드 기반의 NN-9932와 Amycretin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며, 자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를 통해 경구제 경험도 축적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디앤디파마텍이 가장 앞서 있다. 이 회사는 펩타이드 기반 경구용 GLP-1 치료제 DD-02S의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리벨서스 대비 10배 높은 흡수율을 기록한 전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 멧세라에 기술이전도 성사시켰다. 이는 높은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로, 국내 시장에서도 드문 성과로 평가된다.

반면, 일동제약, 삼천당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다른 국내 기업들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 머물거나 구체적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복용 편의성, 흡수율 개선, 생산 단가 절감 등 복합적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개발 장벽이 높아 단기간 내 추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단순한 복용 형태의 전환을 넘어, 약물의 경제성, 복약 순응도, 물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된다. 비만이라는 글로벌 건강 위기에 대응하면서, 더 많은 환자가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이 될 가능성도 크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장 진입 장벽 또한 높아지는 가운데, 누가 먼저 기술과 신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글로벌 시장의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인 김주형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기업을 탐방했고, MTN 머니투데이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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