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6·27 대책 이후 관망세가 이어지던 시장이 6주 만에 반등세로 돌아서며 공급 부족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오는 8월 말 새 정부의 공급정책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정책 재탕에 그칠지 새롭게 진화한 공급 방안을 보여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취임사하는 김윤덕 국토교통부장관. (사진=연합)
■ 규제만으로 한계…공급 필요성 다시 제기
6·27 대책 시행 이후 관망세에 접어든 서울 부동산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7월 넷째 주에 비해 0.2% 늘었다. 매매가 상승폭은 대책 이전 6월 넷째 주 0.43%에서 5주 연속 감소하며 0.12%까지 떨어졌으나 지난주에는 소폭 상승세로 전환됐다.
일각에서는 규제만으로 상승세를 길게 억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공급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전 정부 사례를 감안한다면 강력한 규제책도 3~6개월 이상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경우, 시장이 올해 하반기에 다시 가격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를 밝혔다. 이에 따라 구체적이고 신속한 공급대책을 정부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정부의 첫 공급대책 발표는 이르면 이번 달 말, 늦어도 오는 9월 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대출 규제로 수요 억제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향후 공급 물량이 부족한 만큼 대책을 어떻게 수립할지가 문제"라며 "공급대책을 조만간 준비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은 이전 정부와 결이 다른 이재명 정부의 첫 공급 청사진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책 방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 모습.(사진=연합)
■ 익숙한 대책들 재등장…'재탕' 논란 불가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한 결과 ▲3기 신도시 공급 속도 가속화 ▲도심 내 유휴부지·노후 공공시설 개발 ▲공익형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지분적립형·이익공유형 공공주택 확대 등이 대책에 담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중 상당수는 문재인·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던 정책들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다양한 현실적 제약으로 공급이 지연됐던 만큼, 이번 대책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는'재탕'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기 신도시 공급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발표된 정책으로 오는 9월 사업 7년차에 접어든다. 2029년까지 약 33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착공·본청약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지연은 주로 토지 보상과 교통 인프라에서 발생한다. 토지 보상은 상당 부분 진행됐으나 기업체·군부대 이전, 지장물 보상, 이주 문제 등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교통 인프라 확충 속도도 문제다. GTX 등 3기 신도시와 수도권 도심을 잇는 주요 철도 노선들이 입주 시기보다 2~3년 늦게 개통될 전망이다. 시공사들이 사업성을 낮게 평가해 공사를 주저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건설업계는 토지보상 등 신도시 사업을 지연한 부분이 마무리돼 가는 만큼 공급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평이다. 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공사 기간 자체를 줄여야하기에 안전 문제 등이 붉어질 수 있다.
도심 유휴부지 개발의 경우 도심권에 위치해 교통망 등 인프라 구축을 처음부터 나설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빠른 공급을 위한 주택 공급 후보지로 문 정부 시절부터 주목받았으나 주민 반발, 기관 간 이견, 시설 이전 지연 등으로 사업 대부분이 좌초되거나 표류 중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태릉CC 등 주요 후보지를 대상으로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추진했으나 그린벨트 훼손, 교통량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와 사업 속도를 올리지 못했다.
노후 공공시설 개발은 낙후한 공공청사나 폐교 용지를 활용채 청년용 임대 주택 등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8월 윤 정부의 '신유형 임대주택 공급 방안'에 포함됐었다. 개발을 위해 기존 청사를 철거하거나 이전하는 방식이기에 빠른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없애거나 이관할 건축물을 선정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철거·이주·신축 계획이 한꺼번에 진행돼야 해 절차가 복잡한 것으로 드러나 추진이 더뎌졌다.
■ 공급 절차 간소화 시급…모듈러 도입은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서 공급 목표의 현실화와 절차 간소화를 통한 정책 속도 확보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한 계획 제시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공급이 이뤄지도록 행정·인가 절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3기 신도시 공급은 문재인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언급됐던 대책인만큼 다시 신속한 공급을 강조하더라도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사업 기간이 단축돼도 당장 입주하는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도심 내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은 효과적일 수 있으나, 이전 정부에서도 수요자들이 체감할 만한 물량을 마련하지 못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공급 여건이 열악한 만큼 신규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바로 안정화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공급 목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실행 가능한 대책을 선별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 중심의 공급 기조에만 머무르지 말고 민간 주도의 공급 여건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 소장은 "정부가 공급확대를 강조하나 공공 중심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해 민간 공급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며 "재초환이나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시장이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에 집을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해 신속한 공급안으로 주목받는 모듈러 기술에 대해서는 현장 적용 한계를 지적하고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짚었다.
김 소장은 "모듈러는 빠른 공급 속도, 저렴한 단가, 높은 주택 품질이라는 세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하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시장 정착까지는 검증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현장에서 기존 방식을 모듈러로 교체시 얻을 이익이나 편리함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높은 단가, 어려운 하자 보수 비용 추산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에서 모듈러 주택을 대량 공급한 이후 유지 보수를 해보는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여러 인센티브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