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주 두나무 CBIO와 화상으로 대담한 에릭 트럼프 WFLI 공동창업자 모습. (사진=두나무)

최근 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 소식.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파급력이 센 뉴스였는데요. 두 공룡의 결합으로 '네이버+두나무'는 업계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주춤했던 네이버 주가도 모처럼 시원하게 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나더 레벨의 탄생입니다.

일단 네이버와 두나무가 결합되면, 자산 토큰화를 기반으로 검색에서 투자로 이어지는 소비자의 '돈 쓰는 전 과정'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라이선스 금융을 뛰어넘은 '금융 위에 금융' 모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설계를 가능하게 한 건 '코인'이라는 연결고리였습니다. 근본적으로는 AI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생태계인데요. 세계적 거물들이 차지한 코인판을 보면서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 느껴지는 건 왜 일까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초기 코인 업계는 지금처럼 '넥타이를 맨 비즈니스맨'들의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블록체인을 일군 사람들은 오히려 '탈 범주화'된 인물들이었습니다. 목이 다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듯한 너드들이 이 세계를 만든 것입니다. 그들의 철학도 '탈중앙', '탈기득권', '탈은행'에 가까웠습니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 관련 논문

혁명적인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한편의 짧은 논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전자화폐 시스템을 개발했다."

때는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 당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의 한 인물은 비트코인의 창조를 선언합니다. 비트코인이 이 정도의 '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요. 가치 '0'에서 시작한 이 신 문물은 어느새 가격이 11만불을 넘어선 것은 물론, 세계의 금융 체제를 재편하기에 이릅니다. 이제 더이상 사토시가 누구인지, 어떤 철학으로 비트코인을 창조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증하는 동안, 코인 시장에 너드는 사라지고 비즈니스맨만 남았습니다. 이제 코인 권력은 '사토시'가 아닌 '트럼프'로 넘어갔습니다. 완전한 권력 이동입니다.

지난 업비트 컨퍼런스는 이러한 현실이 상징적으로 나타난 자리였습니다. 화상 연사로 초청된 에릭 트럼프는 자신의 의상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멋있는 정장도 입고요"라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맥락인지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이내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정상회담에 나타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복장 불량'으로 면박을 준 장면입니다. 트럼프 패밀리에게는 '복장'이란 곧 '권력'의 상징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 봅니다.

이날 에릭 트럼프는 트럼프 일가가 블록체인 등 코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로 '정치적 탄압'을 꼽았습니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도 비즈니스를 하려면 은행 눈치를 보던 차에 '탈은행'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입니다. 거래소 설립이라는 우회로로 '은행 위에 은행'이 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잡은 셈이죠. 트럼프 패밀리로 대변되는 비즈니스맨 기득권은 은행이라는 또 다른 기득권을 굴복시키는 데 코인 서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가 되니 저는 다시 사토시가 궁금해집니다. 그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초기 혁명적 서사에서 완전히 멀어져 버린 이 세계로 돌아오기는 할까요. 그의 등장은 매수 기회일까요, 아니면 강력한 매도 신호일까요. 사토시가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며 비트코인 110만개(추정)를 시장에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무엇보다 궁금합니다. 그는 어떤 복장으로 나타날까요. 티셔츠일까요. 넥타이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