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주가 부양은 배당보다 성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성장이 곧 기업가치 향상'이라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철학은 완고하다. 당장 배당금을 늘리는 것보다는 기업의 근본적인 이익 구조를 다지고 성장을 일궈내는 것이 진정한 주주환원이라는 것.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압도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들의 랠리 대비 주가 상승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과제다. 증권업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쥔 한국투자증권은 왜 유독 투자자들에게만은 최애주가 되지 못할까.
■ 연간 2조 이익 노리는 '압도적' 1위, 주가는 왜?
올해 김성환 대표이사 취임 2년차를 맞은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에만 1조252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업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2, 3위 증권사들의 순이익 합산과 맞먹는 규모다. 압도적 1등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증권가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성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회성 요인이나 특정 업황에 기댄 결과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국내 증시 호황에 따른 효과는 물론 기업금융(IB)에서 고른 성장을 거두고 발행어음 사업 부문의 선전을 기반으로 운용부문 평가이익도 무려 260% 증가했다. 여기에 개인고객 자산이 빠르게 늘면서 증권사들이 수익 구조의 중심축으로 주목하고 있는 자산관리(WM) 영역의 잠재력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다. 연내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결과가 나올 경우 인가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IMA 사업 진출에 대비해 지난달 약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11조원까지 늘린 한국투자증권은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비율이 3000%에 근접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적정 수준인 500%를 한참 웃돈다.
하지만 주가 상승폭은 1위 타이틀의 회사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과거 시황에 따라 변동성이 컸던 업종이던 증권주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전후로 자본시장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등에 업고 완전히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저점 대비 주요 증권사들의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159%, 138% 폭등했다. 이에 반해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125% 상승했다. 훨씬 뛰어난 실적에도 불구하고 상승폭이 적었던 셈. 최근 한달 간 수익률(12%) 기준으로도 키움증권(24%)이나 미래에셋증권(18%)에 못 미친다.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정부 정책 효과로 증권주들이 랠리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대부분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증권주들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며 중장기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최선호주에 오르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을 꼽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 키움증권은 최근 ‘증권 agai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서 증권업종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최선호주로는 미래에셋증권을 꼽았다.
■ 발목잡는 배당성향..."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이 정부 정책에 따른 밸류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 한국금융지주 주가의 상승폭을 막고 있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가장 명확한 이유는 한국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이 높지 않다는 점”이라며 “김남구 회장이 1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실적에서 기대치를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현재 시장이 관심을 두는 밸류업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주주들이 이 같이 대응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미래에셋증권이 실적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비해 부족함에도 주가 상승폭이 크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니즈가 그만큼 주주환원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라며 “한국투자증권이 실적을 기반으로 꾸준히 주가 상승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배당을 원하는 투자층까지 흡수하진 못하고 있다. 회사측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은 한국금융지주의 이 같은 전략 역시 밸류업 전략이라는 데 공감하며 회사의 성장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 애널리스트는 “증권업 자체가 제도상으로 모험자본 투자에 포커싱되고 있는데 이 부문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한국투자증권이라고 본다”며 “특히 카카오뱅크를 통해 모험자본 투자의 성공을 경험한 것은 다른 곳들과는 차별화된 경험치이기 때문에 향후 IMA 인가 등을 통해 성장이 곧 주가 부양임을 지속적으로 증명해낸다면 시장 설득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