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속에 술 마시는 장면이 유독 많다. 드라마, 예능 할 것 없이 음주 장면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전파를 탄다. 현실은 더하는데 무슨 문제일까 싶을 수 있겠다. 하지만 미디어의 전파력은 남다르다. 식사 시간대 TV에 등장하는 음식들의 판매율이 크게 신장하는 것만 봐도 TV가 갖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더욱이 흡연과 음주는 갖은 질병을 이끌어내는 대표적인 선두주자들이지만 방송가가 흡연과 음주를 대하는 자세는 너무도 다르다. 왜일까. 음주 장면에 대해 지난해 복지부에 이어 올 초부터는 방송통신심의위도 본격적인 규제에 나선 모양새지만 방송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보여 갈등이 예상된다. 음주 장면은 왜 논란 거리일까. -편집자주
(사진=tvN, KBS2 방송화면)
[뷰어스=문서영 기자] 다음은 복지부가 내놓은 음주 방송장면 가이드라인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다.
찬성 : “외국에서는 담배와 같이 술먹는 장면이 방송에 못나오며 술마시는 사람은 알콜중독자나 사회이상자로만 표현할때나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음주문화에 너무 관대하다. 방송에서 술마시는거를 조장하다니. 절대 방송에 나오면 안됩니다 (kmje****)”
“찬성 우리나라 드라마 주인공들은 술없이는 말 못하고 술먹고 진상부리는걸 귀여운줄 앎 (fdra****)”
“술 권하는, 술에 관대한 문화 없애자! (4lea****)”
반대 : “거참.... 일상생활에서 흔한 것을 그리고 늘 하는것들을 가이드 라인 정해 옳고 그름을 (그것도 성인들이 보는 방송 으로 규제 하던지) 누가 판단 해 소소한 재미와 자유를 제한 하는건지...쩝(vaga****)”
“찌르고 때리고 부수고 피는 괜찮고 술은 안된다? 에휴... 나이들면 아무리 마시라고해도 예전처럼 못마셔요~~~ 다 지나가는 한때임.. 그때지나면 술없이 밤새는것도 힘들고 매일 술마시는것고 힘들고... 사는게 힘드니깐 ㅋㅋ 티비보고 누가 따라하면서 폭탄주 말아마시고 우정주 따라하고 하나.. 그런건 어쩌다 한번이지..(llpp****)”
이렇듯 방송 음주 장면에 대한 의견들은 첨예하게 갈린다. 비단 음주 장면 뿐 아니다. 이전부터 방송 규제가 있을 때마다 여론과 기관, 방송사는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 안에서 좋은 방향을 찾아나가는 방식이 이어져왔다. 물론, 실패도 있었고 성공도 있었다.
(사진=KBS2, tvN)
■ 흡연 규제 성공적, 욕설·폭력은 논란
방송 규제의 가장 성공적 사례를 꼽으라면 단연 흡연 장면 삭제다. 지난 2002년 KBS와 SBS가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전까지만 해도 가족들이 본다는 주말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하얀 연기가 브라운관을 뒤덮었던 터다. 배우들이 직접 흡연하는 장면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다. 그로부터 2년 후 MBC도 동참하면서 지상파 방송사에서 흡연 장면이 사라졌다.
4년 후인 2008년 국민예능으로 사랑받던 ‘1박 2일’ 백두산 편에서 MC몽이 흡연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면서 큰 비난이 쏟아졌고 방송사는 다급하게 사과했다. 케이블 채널은 어떨까. 2015년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성보라(류혜영)의 흡연 장면에 방송통신심의위가 권고 조치하자 의견이 갈리기도 했지만 흡연 장면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인해 흡연은 ‘나쁜 것’이란 공감대가 사회 전체에 형성된 상태다.
과도한 성표현은 요즘도 간혹 도마 위에 오르지만 성표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정은 2006년 확립됐다. 성표현에 대한 규제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MBC ‘여우야 뭐하니’, 케이블 수퍼액션 ‘시리즈 다세포소녀’, tvN ‘하이에나’ 등 성을 다룬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다소 정상적이지 못한 성적 장면과 묘사, 관계 등에 대한 규정이 본격적으로 확립된 것으로 알려진다.
설에 관한 규제나 폭력에 대한 규제, 자살 장면 등에 대한 규제는 논란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음주 장면, 흡연 장면보다 더 논란점이 많다. 1994년 지존파 사건이 터진 후 처음으로 TV 방송의 폭력성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속 폭력성의 수위나 강도는 점점 더 심해지는 추세다. 심지어 수위 높은 폭력 장면이 나왔을 때 영화 같다며 감탄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폭력성의 수위는 조절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 2월, 방심위는 SBS 드라마 ‘리턴’에서 남성이 유리컵으로 여성의 머리를 내리치는 등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방송된 데 대해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민원으로 의결된 이 사안에 대해 여론이 나서 강력 규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사진=SBS, KBS2)
■ 사후 심의, 효과는 어느 정도?
욕설 논란은 폭력성 규제에 비해 더 빈도수가 적기도 하지만 논란점도 많다. 예능에서 욕설이 나왔을 경우는 제작진이 즉각 사과하는 추세지만 드라마의 경우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욕설이었다면 대중이 나서서 옹호한다.
대표적 예가 ‘태양의 후예’다. ‘태양의 후예’에서 극중 서대영(진구)의 “XX, 그 개XX 당장 끌고 와!”라는 대사는 극중 지진으로 인해 건물에 매몰된 생존자를 무시하고 포크레인을 밀어붙이는 진영수(조재윤)의 행동에서 비롯되며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방심위의 심의를 받는다는 보도 자체로도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기까지 했다. 결국 방심위는 이례적으로 3심 과정을 거친 후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KBS는 자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51조)인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비속어, 욕설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프로그램 특성이나 내용 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인용해 심의 예외 사안으로 결론내렸다.
이렇듯 다양한 방송 심의 사안이 방송가를 정비한다. 그 안에는 다양한 비판과 응원이 존재하는데 일각에서는 방심위의 제재가 사후에 이뤄지는 탓에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방심위 방송심의기획팀 안기섭 과장은 “기본적으로 심의위원회는 사후 심의권한만 있다. 사전 심의는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고 언론 검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방송사 자율에 맡긴다”면서 “하지만 재허가, 재승인의 경우 방심위 법정 제재 결과가 평가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방송 사업자들은 방심위 결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적으로는 방송사에서 문의가 오더라도 ‘이렇게 하면 안된다’ 식의 말은 하지 않는다. 방송은 자유롭게 하되 사후 책임은 확실하게 지라는 방침이다”고 밝혔다.
무분별하고 과도한 음주장면에 복지부가 나선 것처럼 각 기관부처가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방송 심의는 방심위가 주도한다. 방심위는 자체 모니터링 선별, 시청자 민원, 직권 인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방송가를 주시하고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