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공공주도 주택공급은 물론 공공 정비사업 신뢰도까지 크게 훼손됐다. 주택사업 무게추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넘어가지 않겠냐는 업계 전망이 나오는 등 건설사들은 민간 주택 사업 활성화를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손을 잡고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면서 업계 이목을 끌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다.
이날 현장설명회는 시공자 선정 입찰도 함께 진행됐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일하게 시공자 선정 입찰에 참여했다. 다른 입찰사가 없어 이번 시공자 선정 입찰은 유찰됐으나 경쟁사 출현 가능성은 작다. 업계 시공사 1위와 2위가 팀을 이뤄 나선만큼 수주는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입지와 사업성에서 매력적이다"며 이번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금호벽산아파트는 1963가구의 대단지다.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이 같은 대단지는 건설사들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다.
최근 건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이 정부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정부 규제 등으로 재개발 및 재건축 정비사업이 크게 위축됐으나 리모델링 사업은 이 같은 규제 밖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에 주력했던 건설사는 물론이고 대형 건설사들도 앞다퉈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하는 형국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손을 잡고 대단지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다만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확장에서도 부동산 대책이라는 걸림돌이 있었다. 그동안 강력하게 공공 주도로 이뤄졌던 부동산 대책은 주택 공급에 국한되지 않고 정비사업에까지 영향을 끼쳐왔던 탓이다.
다수의 건설사 역시 정부 정책에 맞춰 그동안 판을 깔아왔으나 LH 투기 의혹 이후 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에 건설사들 사업 움직임이 좀 더 자유로워지지 않겠냐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 'BIG 2'가 함께 움직이며 리모델링 사업 전면에 나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 주도 부동산 정책이 공기관의 땅투기 의혹으로 동력을 잃은 만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사업이 조합 쪽 반응이 미지근했다"면서 "가뜩이나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LH 투기 의혹이 터졌으니 정부 입장에선 수정안을 내놓기도 어려울 것이다. 민간사업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시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