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왼쪽부터)삼성물산 오세철 대표와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사진=각사 제공)
건설업계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년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가 시행되면서다. 건설업계 '큰형님'이라 할 수 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대비에 나섰으나 양 사안을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한 모양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공사 현장에서는 3건의 사망사고가 각각 발생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봤을 때 이 같은 사망사고는 건설사에게 치명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상의 문제로 발생한 사망·부상·질병을 중대재해로 보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건설사들은 안전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나섰다. 나아가 AI와 각종 신기술까지 동원해 안전 관리에 힘쓰고 있지만 안전사고는 여전한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대비 건설사, 안전 비용 아낌없이 쏜다
업계 'BIG 2'라 불리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내놓은 해법은 안전 관리에 예산을 더욱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법으로 정해진 안전관리비 외에 자체적인 안전강화비를 편성해 투자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건설 현장의 안전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다.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법정 안전관리비 역시 공사 착수를 위한 선급금과 함께 100% 선집행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작업중지권 전면 보장에 이어 안전강화비 집중 투자로 협력업체와 근로자 등 현장의 구성원이 중심이 되는 안전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의 경우도 안전 관리에 고삐를 죈다. 10년 내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올해 현장과 본사에 특별관리감독 대상이 되기도 했던 터다.
현대건설은 안전점검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상시 운영에 나서고 있다. 또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하이오스를 추가로 탑재해 현장 근로자 건강이상을 사전에 감지한다.
예산 지원에도 아낌없다. 현대건설도 지난달 15일 안전관리비 50% 선지급 제도 실시에 나섰다. 하도급 계약상 지급하는 안전관리비의 50%를 먼저 지급하고 협력사의 자체자금 집행 부담을 줄여줘 공사 초기 현장 안전 관리를 꼼꼼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안전관리비 선집행 제도는 공사 초기부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크게 도움될 것"이라며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X
근로자들이 작업 전 안전회의(TBM)에서 전달 사항을 공유하고 있다(사진=삼성물산)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 대비 합격점..입주민 최상의 주거가치 실현 적극적
층간소음 문제에서도 건설업계는 내년 중요한 변곡점을 맞을 예정이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가 내년 7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행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주택 시공 전에 바닥재 품질을 평가받는 사전인정제도로 층간소음을 최소화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가 도입되면 주택 완공된 이후도 바닥 충격음을 측정해 소음 차단 효과를 확인하게 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입주민들의 최상의 주거가치 실현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층간소음 해결에 적극적이다.
삼성물산은 층간소음을 잡기 위해 100억원을 투자해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 설립에 들어갔다. 층간소음 저감 연구와 기술개발 및 실증을 위한 층간소음 실험동 '래미안 고요安(안)랩' 착공에 나선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3월 층고에 영향 없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 특허를 내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실험실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인증을 받은 층간소음 혁신저감 시스템 개발을 마쳤다. 당시 선보인 고성능 바닥구조시스템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I'은 국내 최초로 바닥충격음 차단 구조 현장 인정서를 획득했다.
현대건설은 신규 바닥구조시스템 개발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소음·진동 전문가, 구조, 재료, 품질, 구매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조직을 구성하여 층간소음 저감 기술 연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업계에선 층간소음 기술 개발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발생의 법적인 측면을 보면 건설사의 비용 투자 문제도 있겠지만 현장 변수가 많아 대비가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라며 "층간소음 기술은 정해진 수치만큼 줄이면 된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 대비에도 다소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