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직영주유소 (사진=손기호)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 지표로 꼽히는 정제마진이 5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석유제품 공급 불안정과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영향을 끼쳤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전주 18.15달러보다 0.52달러 상승한 배럴당 18.6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2.8달러 대비 6배나 오른 것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운영비 등을 뺀 금액이다. 이에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정유 업계에선 보통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평가하는데 현재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의 전 세계 확산 이후 정제마진은 급락했다. 지난 2020년에는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배럴당 1~2달러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도 회복세에 들어섰다. 그러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고 정제마진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류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면서 정제마진은 급등했다.
올해 1~2월 배럴당 5~7달러 수준이었던 정제마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3월 둘째주 12.1달러로 치솟았다. 같은 달 넷째주엔 13.8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5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달 말부터 미국 여름 휴가철에 들어서면서 이동량이 증가해 휘발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국제선 항공기 운항도 재개되면 항공유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은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됐지만 이를 풀고 공장도 다시 가동하고 있어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협회 통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S-OIL,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4사는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지난 2020년 마이너스 정제마진 영향으로 총 5조2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당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정유 4사는 정제마진 상승세로 총 7조2000억원의 흑자를 냈다. 올해 들어서는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연이은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OIL은 지난해 1분기 6292억원보다 90.8% 급격히 늘어난 약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조원대의 흑자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은 장기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당분간 정제마진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국제선 항공도 재개되면서 항공유도 정제마진 상승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