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해 5월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미국을 방문하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속내는 편하지 않은 분위기다. 국내 기업들이 수십조에서 수백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이나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 약속했지만, 돌아온 것은 미국의 반도체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차별적 대우 때문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에 맞춰 주요 그룹 총수를 포함한 경제사절단도 미국을 찾는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대기업 19개, 중견기업 21개, 중소기업 64개의 총수 및 대표들이 대거 포함됐다. 14개 경제단체 및 협회와 공기업 4개, 6대 경제단체 수장도 동행한다.
특히 이재용·최태원·정의선 회장의 방문이 주목된다. 삼성·SK·현대차는 미국 내 반도체·전기차 관련 불리한 조치들에 대해 해결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이들 총수들은 한미 간 공급망 강화가 결과적으로 미국에만 유리한 결과로 돌아가고 있어 초초한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에 투자를 약속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26일 오후 2시 화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에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정부가 자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면 약 527억 달러(약 70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10억 달러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건이 우리 기업에 불리하다. 먼저 ‘초과 이익 공유’ 제도 때문이다. 이는 보조금을 1억5000만 달러 이상 받은 반도체 기업의 경우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내면 보조금의 최대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국 정부에 다시 반납해야 한다.
이뿐 아니다. 사업 예상 현금 흐름과 수익률, 주요 생산 제품과 생산량 등에 대한 사실상 반도체 기업의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도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최태원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약속했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지난해 5월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를 약속한 현대차 정의선 회장과 공동연설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도 IRA로 인해 표정이 밝지 않은 모습이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미국 정부가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IRA 세부 지침에 따라 공제 대상 전기차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하나도 포함되지 못했다. 그나마 GV70이 미국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을 하면서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SK온 배터리가 중국 생산이라 이 또한 포함되지 못했다.
세액공제를 지원받는 전기차 모델은 캐딜락 리릭, 쉐보레 볼트·볼트EUV·블레이저·이쿼녹스·실버라도EV, 크라이슬러 파시피카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드 F-150 라이트닝, 링컨 에비에이터 그랜드 투어링 PHEV, 테슬라 모델3(퍼포먼스)·모델Y 등으로 사실상 미국 기업에만 보조금을 주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에 대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에 총 6조3000억원 투자하기로 하고 현재 착공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 배터리셀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 구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세제 혜택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IRA 규정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미국 시장에서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리스나 렌탈 등에서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냈다”고 했지만, 반쪽의 성과인 셈이다. 현대차는 조지아공장 완공 시기를 기존 2025년보다 앞당긴 2024년으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