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분기 대형건설사 영업이익. (자료=각 사, 그래픽=뷰어스)
상반기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실적이 엇갈렸다. 건설사의 포트폴리오 균형이 희비를 갈랐다. 주택 사업에 집중할 수록 원가율 상승에 압박을 받았으며 해외 사업과 플랜트의 비중이 높을 수록 비교적 선방했다. 전자는 GS건설과 DL이앤씨이며 후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이야기다.
28일 국내 주요 상장 건설사 다섯(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 곳이 공시한 재무재표(연결기준)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세를 보인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으로 총 세 곳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4조7510억원, 305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1.4%, 96.8% 증가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이 같은 호실적은 국내와 해외 사업에서 모두 고른 성장을 보인 덕분이다.
특히 해외 매출 성장이 눈부셨다. 삼성물산의 국내 매출은 2조5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가 증가하는 수준이었으나 해외 매출은 98.9% 증가한 2조204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국내외 수행 프로젝트 공정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택 매출 확대와 해외 EPC 신규 프로젝트 매출 본격화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2분기 매출은 7조16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늘었다. 영업이익은 27.4% 증가한 223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의 호실적은 해외 대형공사로 꼽히는 네옴 러닝터널과 파나마 메트로 3호선, 폴란드 올레핀 확장 공사 등과 함께 국내 주택부문 성장 등 균형잡힌 포트폴리오가 이끌었다.
현대건설의 2분기 국내 매출은 4조5080억원, 해외 매출은 2조65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41.6%, 10.7% 증가했다.
다만 현대건설은 원가율 이슈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원가율이 상반기 기준으로 94.1% 오르면서 직전 분기 대비 0.4%포인트(p) 상승했다. 돋보이는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3% 수준의 영업이익률에 그친 배경이다. 원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꼽히는 해외 공사 공정 확대를 통해 영업이익 제고에는 성공했다.
현대건설 측은 "국내에서는 일부 주택현장 일회성 비용 발생 및 건축 현장 원가 상승에 영향을 받았다"며 "해외에서는 수익성이 양호한 공사 공정 본격화 및 현대엔지니어링의 산업 건축이 늘면서 수익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2분기 기준으로 매출액 3조2714억원, 영업이익 2177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52.0% 급증했다.
대우건설의 비주택 부문 성장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대우건설의 2분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주택 부문 매출 비중은 64.7%로 전년 동기 대비 0.5%p 낮췄다. 대신 토목과 플랜트 부문 매출 비중이 각각 0.4%p, 1.2%p 상승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주택 건축 매출총이익률(GPM)은 7.8%에 불과하지만 토목과 플랜트는 각각 17.0%, 11.0% 등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복합개발 사업에서 자체 사업부지를 제외한 모든 블록을 매각하면서 완료한 수익 실적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재무제표상으로도 연결종속 부문 매출총이익률이 지난해 상반기 18.3%에서 31.3%로 13%p 급증했다.
■ 주택 원가율에 흔들린 DL이앤씨, 재시공 손실비용 반영으로 GS건설도 휘청
DL이앤씨의 2분기 매출은 1조 9706억원, 영업이익은 719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6.6% 급감했다.
수익성 악화 배경은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원가율 고공행진 탓이다. 2분기 주택원가율은 91.7%로 전년 동기 대비 6.1%p 상승했다. DL이앤씨의 주택 매출은 1조3558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8%에 달한다.
DL이앤씨 측은 "2분기 영업이익 감소는 원자재 가격 및 외주비 상승분의 주택 원가율 추가 반영으로 DL이앤씨 별도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GS건설도 주택 부문 수익성이 좋지 못했다. GS건설의 2분기 매출은 3조4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으나 4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적자전환 배경에는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 비용 5500억원을 반영하면서다. 재시공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1360억원으로 전년 동기(1640억원) 대비 17.1% 감소한 수준이다. GS건설도 원가율 상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GS건설의 2분기 건축·주택 매출총이익률은 인천 검단을 제외하고 8.0% 수준으로 20.6%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GS건설의 실적 희망은 신사업 성장이다. 2분기 기준 신사업 매출은 3360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총이익률은 18.2%로 양호한 수익성을 나타냈다.
■ 하반기 포인트도 국내 아닌 해외 수주…변수는 원가율 개선
주요 상장 건설사의 실적 흐름은 원가율과 해외 수주가 가르고 있는 상황으로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실적 전망도 두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하반기에도 이라크, 리비아, 투르크메니스탄 등에서의 추가 수주를 추진 중으로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의 해외수주 실적을 예상"한다며 "토목과 플랜트에서 주택보다 높은 마진을 안정적으로 뽑아내고 있는 현 시점에서 투자포인트가 국내에서 해외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하반기에 자푸라2와 파드힐라, 네옴 터널/항만 등과 NEC 협약에 근거한 수의계약 등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추가적인 해외 수주 성과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뚜렷한 매출 성장에도 수익성 회복의 한계는 여전히 아쉬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핵심 지표인 주택 원가율이 개선되는 모습을 시현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상승 일로를 걸어왔던 주택원가율은 이번 분기부터 안정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올해 4분기부터는 80%대 주택원가율도 가능할 전망으로 영업이익 저점은 이번 분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