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건설, 부동산 시장은 생존 자체가 과제였던 한 해였습니다. 치솟는 공사비와 PF 위기 속에서 중견사들은 무너졌고 안전과 품질을 담보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이에 올해를 관통한 복합 위기, 정비사업과 친환경 등으로 양극화된 경쟁력, 내년 신성장동력 등의 테마를 통해 격변의 시기를 견뎌낸 건설업계의 현주소와 다가올 2026년의 생존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 편집자주

신동아건설 본사. (사진=신동아건설)

2025년 1월6일, 새해의 희망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건설업계에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시공능력평가 중견사 '신동아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워크아웃 졸업 약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악몽이었다. 단순한 개별 기업의 부실이 아니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건설업계를 휩쓸 '줄도산 우려'의 서막이었다.

■ 무너진 허리, 2024년의 경고가 2025년 현실로

2025년의 위기는 이미 예견된 참사였다. 가장 약한 고리인 지방 중소 건설사에서 시작된 위기는 업계의 허리인 중견 건설사로 빠르게 전이됐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인 2024년 한 해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26곳에 달했다. 이는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불안한 흐름은 2025년 들어서도 꺾이지 않고 이어졌다. 올해 하반기까지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가 전년 동기 수준을 훌쩍 상회하며 업계의 기초 체력이 바닥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위기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발 기준금리 급등 여파로 국내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호황기에 사업을 확장했던 곳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그간 만기 연장으로 버텨오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더 이상 연장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유동성이 취약한 중견, 중소 건설사의 도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당시 진단했다.

■ 공사비 올라 조합과 소송전까지…메이플자이 '788억' 증액

공사비도 올라 건설사들은 조합과 소송전까지 벌이는 일도 있었다. 가장 핫했던 이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인 GS건설과 조합은 공사 중단이라는 파국 직전까지 치달았다. 결국 지난 4월 서울시 코디네이터의 중재 끝에 788억 원 증액에 합의하며 봉합됐다.

GS건설 관계자는 메이플자이 합의 후 "서울시와 구청의 체계적인 중재 덕분에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며 "착공 후 예상치 못한 건설 환경 변화로 어려움이 많지만 입주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 광명시의 철산자이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이곳은 2019년, 2022년, 2023년에 걸쳐 이미 수차례 공사비를 인상해왔다. 비용 상승 압박에 시공사는 다시금 증액을 요청했고 메이플자이와 같은 시기인 4월 경기도의 중재 하에 추가 520억원 증액으로 마무리됐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애초에 우려가 있는 사업은 진행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재비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마진이 낮은 사업은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며 "건설사들이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이 확실히 담보되는 사업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는 기조는 단기간의 대응이 아니라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李 대통령 "노동자 죽음은 기업 살인"…1, 4, 7월 잇단 비극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과 관계자들이 지난 29일 인천 연수구 송도사옥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관계자들과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

2025년은 건설 안전이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해이기도 하다. 포문을 연 것은 포스코이앤씨 현장의 잇따른 비극이었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진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경기 광명 신안산선 현장과 대구 주상복합 현장에서 각각 붕괴와 추락으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어 7월28일 경남 의령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장비에 끼여 숨지며, 포스코이앤씨는 7월까지만 벌써 네 번째 사망사고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대우건설은 9월 울산 북항 LNG 터미널 현장과 11월 원주 재개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현대건설도 상반기에만 3건의 사망사고가 집계됐다. 지난해 사망사고가 가장 적어 모범 건설사로 꼽힌 삼성물산 마저 인사사고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 등의 반복된 사고를 거론하며 "이 정도면 기업이 노동자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돈 몇 푼 아끼려다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것은 기업 활동이 아니라 명백한 살인 행위"라고 격노했다.

대통령의 경고는 즉각적인 파장을 불렀다.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를 비롯해 주요 건설사 CEO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안전 관리비로 수백억을 쓰면서도 정작 노동자가 떨어지는 구멍 하나 막지 못한 것은 시스템의 실패"라고 질타했다.

한편에서는 "건설사 차원의 안전 교육과 지침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발주자·설계자·정부까지 포함한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은 이러한 인식 속에서 건설현장 사고를 개별 시공사의 과실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 시스템의 문제로 보고 '건설 설계 및 관리 규정(CDM)'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감독자 등 모든 참여 주체에게 법적 안전책임을 분담시키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가 있다.

■ 오락가락 '냉온탕' 정책… 매매 끊기자 월세 폭등

정부의 오락가락한 부동산 정책도 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했다. 2025년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 공급' 사이에서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특히 지난 10월15일 발표된 고강도 금융 규제, 구체적으로 수도권 LTV 축소와 전세자금대출 제한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정책 시행 직후 시장은 '거래 절벽'과 '풍선 효과'라는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0월 4200건에서 11월 2800건으로 30% 이상 급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도 10월 0.08% 상승에서 11월 -0.02%로 하락 전환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반면, 대출 길이 막힌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쏠리며 부작용이 속출했다. 전세 대출마저 까다로워지자 월세로 몰렸다.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5% 상승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 9월29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시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도 노출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국토부 장관과의 회동 등에서 "인위적인 수요 억제는 풍선효과만 낳을 뿐"이라며 "재개발, 재건축 규제 혁파를 통한 획기적인 공급 확대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가 임계점에 달한 상황에서 시장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는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며 "당장의 고통이 있더라도 부채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경제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 속에 2025년 건설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