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국내 유일 원양선사인 HMM의 매각이 쉽지 않은 갈림길에 놓였다. 예비입찰에 나선 기업들은 ‘고래를 삼키려는 새우’로 비유될 정도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자금력을 앞세운 해외 기업도 입찰에 나섰지만,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예비입찰에선 제시 금액보다 여러 평가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주간사인 삼성증권은 지난 21일 예비입찰 접수를 마무리하고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LX인터내셔널·동원산업·하림-JK파트너스컨소시엄이 참여했고, 해외에선 독일 하팍로이드가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대상은 KDB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주식 1억9879만주와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전환한 주식 2억주를 합한 총 3억9879만주다. 시장 평가로는 HMM 매각가는 최소 5조원부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문제는 적합한 인수 후보자가 있느냐는 거다. 국내 기업들은 각자 차이가 있지만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덩치가 작다. 올해 1분기 기준 인수 국내 인수 후보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회사에 따라 2500억원에서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최소 5조원으로 예상되는 매각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HMM 매각이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해양기자협회(해기협)는 전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HMM 매각에 반대한다’고 성토했다. 해기협은 “매각 참여기업들이 HMM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4조~5조원 가량을 사모펀드로부터 조달할 수밖에 없다”며 “사모펀드의 속성상 어렵게 회생한 국내 유일의 원양선사인 HMM이 다시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금력을 앞세운 독일 하팍로이드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국내 해운업계에선 국부유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일부 소액주주들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며 엇갈린 의견을 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하팍로이드에 HMM을 매각한다면 우리나라 컨테이너 운송자산, 터미널 및 수십년간 쌓아온 해운물류 노하우와 같은 정보자산 등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자산의 해외유출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 수출입 물량 99.7%를 해운업이 담당한다”며 “HMM 해외 매각 시 수출입 물류를 해외 선사에 의존해야 할 것이며 국가적 비상사태 시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HMM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자금 회수 극대화가 궁극적인 목표라면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는 독일 하팍로이드에 HMM 본입찰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엇갈린 주장을 했다. 하팍로이드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총 유동성이 100억 달러(13조원)에 달하는 자금력으로 다른 경쟁 후보들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비입찰 단계에서는 인수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예비 입찰은 본입찰과 달리 제시 금액이 구속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예비입찰에서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해서 유리한 게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은 그 가치로 평가하는데, 가치에 따라서 타당하게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며 “재무상태가 좋다고 해서 가장 비싸게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액주주들의 영구채 주식전환 반발과 하팍로이드의 인수 지지에 대해선 “산업은행에서 이미 밝혔듯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하팍로이드의 입찰 참여 부분도 통상문제도 있고 공정 경쟁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성공률이 높지가 않고 한번에 되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새우냐 해외냐’ HMM 매각 갈림길…“예비입찰엔 제시 금액 중요치 않을 듯”

사모펀드 참여·해외인수 반대 성명…“예비입찰 평가, 자금력이 다는 아냐” 분석

손기호 기자 승인 2023.08.29 16:21 의견 1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국내 유일 원양선사인 HMM의 매각이 쉽지 않은 갈림길에 놓였다. 예비입찰에 나선 기업들은 ‘고래를 삼키려는 새우’로 비유될 정도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자금력을 앞세운 해외 기업도 입찰에 나섰지만,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예비입찰에선 제시 금액보다 여러 평가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주간사인 삼성증권은 지난 21일 예비입찰 접수를 마무리하고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LX인터내셔널·동원산업·하림-JK파트너스컨소시엄이 참여했고, 해외에선 독일 하팍로이드가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대상은 KDB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주식 1억9879만주와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전환한 주식 2억주를 합한 총 3억9879만주다. 시장 평가로는 HMM 매각가는 최소 5조원부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문제는 적합한 인수 후보자가 있느냐는 거다.

국내 기업들은 각자 차이가 있지만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덩치가 작다. 올해 1분기 기준 인수 국내 인수 후보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회사에 따라 2500억원에서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최소 5조원으로 예상되는 매각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HMM 매각이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해양기자협회(해기협)는 전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HMM 매각에 반대한다’고 성토했다. 해기협은 “매각 참여기업들이 HMM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4조~5조원 가량을 사모펀드로부터 조달할 수밖에 없다”며 “사모펀드의 속성상 어렵게 회생한 국내 유일의 원양선사인 HMM이 다시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금력을 앞세운 독일 하팍로이드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국내 해운업계에선 국부유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일부 소액주주들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며 엇갈린 의견을 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하팍로이드에 HMM을 매각한다면 우리나라 컨테이너 운송자산, 터미널 및 수십년간 쌓아온 해운물류 노하우와 같은 정보자산 등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자산의 해외유출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 수출입 물량 99.7%를 해운업이 담당한다”며 “HMM 해외 매각 시 수출입 물류를 해외 선사에 의존해야 할 것이며 국가적 비상사태 시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HMM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자금 회수 극대화가 궁극적인 목표라면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는 독일 하팍로이드에 HMM 본입찰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엇갈린 주장을 했다. 하팍로이드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총 유동성이 100억 달러(13조원)에 달하는 자금력으로 다른 경쟁 후보들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비입찰 단계에서는 인수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예비 입찰은 본입찰과 달리 제시 금액이 구속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예비입찰에서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해서 유리한 게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은 그 가치로 평가하는데, 가치에 따라서 타당하게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며 “재무상태가 좋다고 해서 가장 비싸게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액주주들의 영구채 주식전환 반발과 하팍로이드의 인수 지지에 대해선 “산업은행에서 이미 밝혔듯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하팍로이드의 입찰 참여 부분도 통상문제도 있고 공정 경쟁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성공률이 높지가 않고 한번에 되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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