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전이 4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사진은 HMM 선박 (사진=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인수전이 국내 3곳, 해외 1곳 등 4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6조원 안팎의 인수 금액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우선협상자 선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간사인 삼성증권은 전날 오후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무리했다.
현재 매각자인 KDB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구체적인 예비입찰자를 밝히고 있지만, 투자은행업계(IB)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해외에서는 세계 5위 해운사 독일 하팍로이드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투자설명서(IM)를 가져간 기업은 하림, 동원, 하팍로이드였다. 당시 해진공 관계자는 “하림과 동원, 독일 하팍로이드가 비밀유지확약서 작성 및 정보이용료를 내고 IM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주식 1억9879만주에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전환한 주식 2억주를 합한 총 3억9879만주다. 인수 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6조원 내외로 거론된다.
산업은행은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고 실사를 진행한 다음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자금 동원력에 의문 제기돼…매각 중단 가능성도 있어
문제는 자금력이다. 국내 기업들은 인수대금 마련하기가 녹록치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 총액을 살펴보면, 하림 17조원, LX 11조원, 동원 9조원 등으로, 24조원 규모인 HMM보다 적다. HMM의 매각가격은 최소 5조원 이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나마 LX인터내셔널은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1조3000억원가량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면서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는 평가다.
동원산업은 올 6월 말 연결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이 6318억원이다. 외부에서 HMM 인수대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계열 분리된 한국투자금융그룹과 역량을 모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원산업이 HMM을 품으면 동원로엑스와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과 시너지가 예상된다.
하림은 벌크선 위주 팬오션을 인수한 기업이다. 하림은 1조6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고,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인수에 성공하면 컨테이너선에선 HMM이 벌크선에서는 팬오션이 담당할 수 있다.
유일한 해외 기업인 독일 하팍로이드는 세계 5위의 해운사다. 이번 예비입찰에 나선 기업 중 가장 자금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HMM이 정부 자금을 투입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점을 볼 때 해외 해운사가 인수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공고된 HMM 매각 공고문 중 '매도인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 관련 내용 발췌 (자료=HMM 공고문 갈무리)
업계에서는 산은이 매각 작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매각 중단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는 매각 공고문에 ‘상기 절차와 일정, 내용은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고, 잠재투자자는 일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안내돼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공개 매각이 무산되면 물밑 작업으로 원매자를 찾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먼저 한 후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공개입찰에 다시 나서는 방식도 전개될 수 있다. 이는 쌍용차가 KG그룹에 매각되는 과정에서도 이뤄진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