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과 구현모 KT 전 대표 (사진=포스코, KT)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 선출이 난항에 봉착했다. CEO 선출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했던 KT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들이 ‘외유성 관광’ 등으로 인한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16일 포스코와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포스코 사내 및 사외이사 등 고위 임원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최정우 회장과 박희재 후보추천위 위원장 등 포스코 사외이사 7명 전원을 업무상 배임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에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최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가 지난해 8월 6일부터 12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갖고 식비와 현지 전세기 이용, 골프비 등으로 6억8000만원을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캐나다 이사회 외에도 최 회장 등 사내·사외이사 16명은 지난 2019년 8월에도 중국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며 베이징과 백두산 일대로 외유성 출장을 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후보추천위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입장문에서 후보추천위는 “최근 언론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심심한 유감을 표명하고, 그 비판하는 취지를 겸허히 수용해 앞으로 신중할 것을 다짐한다”며 “새 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후보추천위 위원들과 함께 자중하며 낮은 자세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후보추천위의 입장 표명에도 공정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후보추천위의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서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선 “KT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추가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 2022년 말 국민연금은 KT 대표이사 연임 추진과 관련해 ‘경선 과정이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연임에 나선 구현모 당시 대표와 구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윤경림 KT 당시 사장이 낙마했다.
이후 KT 이사회는 앞서 CEO 선출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재공모 절차를 밟았고, 현 김영섭 대표가 선출됐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3월 CEO 선임 안건을 상정하려면 2월까지 최종 후보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번 논란으로 (후보추천위도) 다시 구성해야 한다면 8개월간 수장 공백이 있었던 KT 사태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주요 일정 정리 (표=손기호)
후보추천위는 끝까지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후보추천위는 비판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새 회장 선출을 앞두고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 경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추천위 박희재 위원장은 “새 회장 선출을 위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후추위 위원들과 함께 자중하며 낮은 자세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후보추천위는 지난 10일 회장 후보군 인사를 내부 7명, 외부 15명 등 총 22명으로 추렸다. 내부 후보로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이 올랐다. 외부 후보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추천위는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통해 내부 및 외부 회장 후보군 명단이 담긴 이른바 ‘롱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