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오는 26일로 예고된 가운데 올해 총주주환원율 40%를 달성하는 은행이 나올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총주주환원율은 2023년 실적 기준 33~37%를 기록 중이다.
주주에 대한 수익 환원은 크게 배당과 자사주매입으로 진행된다. 총주주환원율은 배당수익률과 자사주소각율을 합한 값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21년에는 배당만 실시하고 자사주 매입은 하지 않아 총주주환원율이 26.0%였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배당과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도 진행해 총주주환원율이 각각 33.0%, 37.3%로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2022년부터 자사주 매입을 실시해 총주주환원율이 크게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각각 34.9%, 32.7%를 기록 중이다. 우리은행은 한 해 늦은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동참해 총주주환원율 33.9%를 기록했다.
2021년 20% 중반 수준이었던 총주주환원율이 2년 만에 30% 중반으로 약 10%포인트 상승한 데에는 지난 2년 행동주의 펀드 등 일반주주들의 적극적인 수익 환원 요구가 큰 영향을 끼쳤다.
다만, 건전성 지표를 희생하면서까지 퍼줄 수는 없기 때문에 경영진은 기준을 마련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를 초과할 경우 남는 부분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는 CET1은 보통주자본에 위험가중자산을 나눈 값이다. 위기발생시 손실흡수능력을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위험자산을 줄이면 값이 커진다.
기준 제시 당시만 해도 요원해 보였던 CET1 13% 달성은 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빠르게 현실로 다가왔다. 여기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까지 발표하자 올 들어 은행 주가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은행들 가운데 누가 가장 먼저 총주주환원율 40%대에 진입하느냐로 모아진다. 은행들은 당초 총주주환원율 40~50%를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적 호조에 당국의 의지까지 겹치면서 당장 올해 40%가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 은행들의 경우 CET1 13% 수준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리스크 흡수 여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주주 환원 확대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이르면 올해부터 총주주환원율 40%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상승에는 전년대비 순익이 감소한 영향도 일부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에는 평균 10% 이상의 증익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40%를 상회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봤다. 자본비율 개선 없이 총주주환원율이 크게 상향되는 것을 금융당국이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
현재 주요 변수는 국내외 부동산 시장 상황, 연체율 상승세 지속 여부 등 영업환경이다. 수익이 줄어들고 건전성 지표가 나빠졌는데 주주 환원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총주주환원율 40%에 가장 근접한 은행으로는 KB국민은행이 꼽히고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총주주환원율을 KB국민은행 38.0%, 신한은행 35.9%, 하나은행 35.2%, 우리은행 33.5%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