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은 가운데 추후 시중은행들의 대규모 손실 처리가 불가피해졌다. 시중은행들의 올해 실적 경쟁에도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11일 금감원이 발표한 기준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홍콩 H지수 기초 파생결합증권(이하 홍콩 ELS) 판매잔액은 총 18조8000억원(39만6000계좌) 규모다. 판매사별로는 은행 15조4000억원(24만3000계좌), 증권 3조4000억원(15만3000계좌)이다.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1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하며, 분기별로 1분기 3조8000억원(20.4%), 2분기 6조원(32.1%) 등 주로 상반기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손실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1~2월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은행 1조9000억원, 증권 3000억원) 중 총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은행 1조원, 증권 2000억원)으로, 누적 손실률은 53.5%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큰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2월말 H지수(5678pt)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추가 예상 손실금액은 3~6월 3조6000억원, 7~12월 1조원 등 4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1~2월 확정된 손실(1조2000억원)을 더하면 올 한해 총 5조8000억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2020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손실액(4024억원)의 14.5배 규모다.
시장에 알려진 은행별 판매잔액(비중)은 KB국민은행 7조8000억원(51%), 신한은행 2조3000억원(15%), 하나은행 2조1000억원(14%), NH농협은행 2조1000억원(14%), SC제일은행 1조원(6%) 등이다.
4년 전 DLF 자율배상액은 2349억원으로, 전체 손실액의 58.4% 수준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홍콩 ELS의 경우 원론적으로 0~100% 차등 배상 비율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다수의 계좌가 배상 비율 20∼60% 범위 내에 분포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 배상 비율을 DLF 때보다 낮은 50%로 가정할 시 올해 배상금액은 2조9000억원 수준이 된다. 40%로 가정하면 2조3200억원, 60%로 가정하면 3조4800억원 수준이다.
50% 가정시 은행별 배상액은 KB국민은행 1조4790억원, 신한은행 4350억원, 하나은행·NH농협은행 각 4060억원, SC제일은행 1740억원 등으로 계산된다.
가정의 가정을 통해 나온 금액이긴 하지만 KB국민은행의 경우 조 단위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00억원 판매에 그친 우리은행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배상과는 별도로 대규모 과징금 등 당국의 징계 절차도 앞두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향후 H지수 추이, 과징금 규모, 소송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손실액을 추정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도 "다만, 우리은행을 뺀 상위 시중은행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올해 실적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