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매매가가 반등하자, 수도권에 이어 지방광역시, 지방으로 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어나고있다. 하지만 일시적 반등 후 다시 하락하는 '데드캣바운스(dead cat bounce)'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분양시장은 6월을 기점으로 뜨거워졌다. 대형 건설사들이 그동안 미뤄놓았던 분양 물량을 전국에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상반기에 집중된 분양 물량이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줄어들고 탄력을 잃을 것이란 비관론도 있다.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쌓여있다는 얘기다. 이에 뷰어스는 창간 9주년을 맞아 ①하반기 분양시장과 매매시장 전망 ②국내 건설업계의 불황 타개 현황과 전망 ③정부 부동산세제 개편에 대한 전문가진단 기획을 3회에 걸쳐 진행한다.-편집자주
서울 전세값이 1년 넘게 상승하면서 매매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격이 올라가면 매매가격을 떠받치는 선행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서울, 경기 지역과 같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면서, 매매가도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올 여름 대형뿐 아니라 중견건설사들은 이를 계기로 그동안 밀렸던 분양을 쏟아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당정이 추진하고 있고, 올 들어 신생아특례대출이 확대된 점도 투자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가 58주 연속 지속되자 올 들어 매매가 하락 우려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지난 24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은 0.19% 상승했으며, 서울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직전주보다 0.9포인트(p) 오른 98.9를 기록했다. 전세가격의 경우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이후 네 번째로 긴 상승 기간에 해당하며,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년 반 만에 최고치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18% 상승하며 14주 연속 상승했다.
■하반기 분양물량 12만가구…미분양 10만 육박할수도
3일 부동산R114의 하반기 분양물량 집계(지난 12일 기준)에 따르면 7∼12월 분양 물량은 총 11만9751가구(민영아파트 기준)다. 수도권 분양이 크게 줄면서 전체 분양 물량은 지난해 하반기(13만7924가구)에 비해 13%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전체 수도권 물량은 6만7430가구로 하반기 전체 물량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수도권 물량은 작년 동기(8만1194가구)와 비교하면 17% 줄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분양 물량이 지난해(19만2000가구)보다 늘어난 28만가구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1년여만에 하락했지만, 서울과 지방광역시 위주로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양가 상승 압박이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분양시장의 양극화와 쏠림 현상은 입지와 분양가 등에 따라 심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7일 발표한 '5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1년간 서울 1㎡당 평균 분양가는 1170만6000원으로 전년 동월 941만4000원보다 24.35% 급등했다.
전국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1㎡당 평균 분양가는 557만4000원으로 전월 대비 1.92% 하락했지만, 지방 5대광역시 및 세종시의 1㎡당 평균 분양가격은 605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3.3㎡당 기준으로는 1997만2000원이다. 이는 전년 동월(3.3㎡당 1710만4000원) 대비 16.78%가 오른 가격이며, 같은 기간 전국 평균(13.98%) 및 수도권 평균(16.61%) 상승을 뛰어넘는 수치다.
분양가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분양시장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일반분양이었지만 조합원 취소분 물량이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1가구에 대한 청약에 3만5000여명이 몰리기도 했고, 세종시 어진동 '세종린스투라우스' 전용면적 84㎡ 1가구 무순위청약에 43만7995명이 접수하기도 했다. 이같이 수 십 만개의 청약통장이 몰린 이유에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으로 각각 20억원에서 최소 4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6월들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일반분양가가 3.3㎡당 6737만원으로 결정되는 등 분양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신축 분양 공사비 상승과 고분양가 문제 외에도 PF대출 냉각에 따른 저조한 아파트 공급(청약)진도율로 신축 아파트 매입의 또 다른 대안인 분양권(입주권) 거래에도 관심을 갖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가 국토교통부의 전국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을 조사(2024년6월13일·계약일 집계 기준)한 결과 2024년 1분기 1만1783건으로 전년 동기 1만205건보다 15.4% 증가했다. 전기(2023년 4분기 9347건)대비로는 26% 상승한 수치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몇년전 부동산시장 상승기, 분양만 하면 성공했던 시기가 아니라 올해 하반기는 미분양이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선별적으로 일부만 잘 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 분양시장은 잘되는 곳은 잘되고 흥행에 실패한 곳들은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쌓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특히,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7만가구 수준인데 미분양이 8~9만가구를 넘어선 데 이어 10가구에 육박할 수도 있다"라면서 "정책면에서 지방에 대한 미분양 물량에 대한 취득세 면제 등 대책을 고민할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득세 중과에 대한 폐지나 유예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런 정책들이 나올 수도 있다"라면서 "분양가의 경우, 경기에 따라 내려간 적은 없다. 서울의 경우, 상반기 수준의 분양가라면 흥행이 예상되지만, 경기와 지방은 지금의 분양가 수준이라면 분양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지방광역시 등 일부 거점 도시 빼고는 분양 흥행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매량 회복·수도권은 상승…추석 이후까지 이어져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과 경기 회복, 공급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과 수도권에 이어 지방 광역시의 아파트 가격도 강보합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주택시장 전망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올해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1.8%, 0.9%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은 2.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주택 공급 물량 감소가 계속될 경우 2025∼2026년 집값 폭등 현상 재현 가능성도 거론됐다.
주산연은 "주택 공급의 경우 올해 인허가 물량은 38만가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7∼2021년 연간 평균치(54만가구)보다 30% 줄어든 규모다"라면서 "이 같은 물량 감소는 공사비 증가, 미분양 적체, PF 부실 문제,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올해 1~4월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2만6000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거래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4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4만979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간(12만3069건) 대비 2만6727건 증가한 수치다. 또, 올해 아파트 매매거래가 가장 많이 된 시·도 순으로는 △경기 3만8452건(7325건 증가) △서울 1만3443건(3781건 증가)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아파트 가격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141.4로, 지난 1월 대비 1.5p 올랐다. 서울의 경우 159.5의 지수를 기록하며 지난 1월 대비 2.2p 상승했으며, 그 다음 순으로는 인천이 122.1로 지난 1월 대비 1.9p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또, 경기 지역 4월 실거래가격지수 역시 136.6(지난 1월 대비 1p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10채 중 6채는 2023년 이전 최고가와 비교해 80% 이상 가격을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방에 따르면 2024년 서울 매매 거래 중 36.6%는 2023년 이전 최고가와 비교해 80%이상~90%미만 수준에서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70%이상~80%미만 가격선의 거래도 전체거래의 32.1%를 차지했다. 종전 최고가보다 높거나 같은 거래도 9.3% 차지하며 2024년 거래량 회복과 함께 거래가격도 전고점 수준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상황에서 새아파트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아파트가격 하방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 주택이 7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이다.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7342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의 80%를 차지하고 미분양 물량은 2개월째 증가하고 있어 미분양 물량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 4월 기준 1만2968가구로 전월보다 6.3%(744가구) 늘었다. 악성 미분양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2021년 집값 폭등의 트라우마를 기억하고 있는 시장의 불안심리가 얼마나 자극을 받는지에 따라 단기 전망은 엇갈릴 수 있다"라면서 "아마 추석 이전까지는 지금의 수도권 강세현상이 이어질 가능성 높고, 추석 이후에는 금리인하 시기나 폭에 따라 다시 꺾일지 불안한 상승을 이어갈지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단기전망은 여러 변수에 의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장기전망은 가격 적정성, 공급, 전세가격 수준에 따라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라면서 "충분한 조정을 받은 후 공급부족, 전세가격 상승이 누적되면 몇 년 후 반드시 집값은 오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집값 수준에서 불안한 심리로 인해 발생한 준비 안 된 어설픈 상승의 후유증은 상승장으로 가는 길을 더 멀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