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30조 규모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를 개선한다. 그동안 PF 정보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최근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데 취약점을 드러내면서다. 또 PF 관련 정보 부재는 시행사가 사업착수 여부를 판단하거나 투자자·대출기관이 투자·대출 판단하는데 제약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 같은 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개선해 위기 관리를 넘어 PF사업의 선진화를 목표로 한다.
정부는 14일 오전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의결을 통해 PF 안정성을 높이고 주택공급은 활성화하기 위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관계부처 합동(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으로 발표했다.
개선 방안은 ▲안정적인 수준의 자기자본 확충 기반 마련 ▲부동산 PF 시장의 공정질서 확립 ▲역량있는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 등의 내용이 중심이다. 연구용역(KDI), 전문가·업계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PF사업에 현물출자 방식을 안착하고 인센티브 활성화, 금융사의 자본투자 확대 등으로 사업성이 개선 및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부동산개발시장의 경기 활력을 불어넣고 주택공급 여건 개선도 꾀한다. 궁극적으로는 종합부동산회사 육성을 통해 개발과 운영을 함께 할 수 있는 안정적 사업구조를 마련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새로운 사업에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을 노린다.
(자료=국토교통부)
■ 현물출자·인센티브·리스크 관리로 자본 확충 유도 및 지원
정부는 현재 PF사업은 토지비 비중이 통상 20~40%이며 고금리 대출로 토지를 매입해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기업·개인이 보유한 유휴토지를 PF사업에 출자하는 게 대안으로도 나왔으나 현물출자 시에 법인세·양도세가 부과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PF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위해 고금리 대출을 통한 토지 매입보다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현물출자(주주로 참여) 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PF사업(리츠)에 현물출자 시, 출자자의 이익 실현 시점을 고려해 양도차익 과세·납부이연 등을 적용하는 제도 개선에 나선다. 현물출자 방식의 개발 활성화를 위한 선도사업 후보지 공모도 진행해 선진국형 개발 모델을 수립한다.
이를 통해 PF사업 자기자본비율을 최대 4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또 브릿지 대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분양가 인하와 같은 사업비 절감을 통한 사업 안정성 제고도 기대한다. 더불어 유휴토지를 통해 (임대)주택, 신산업 투자 촉진 및 국민 투자 기회 확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인센티브를 통한 자본 확충 지원에도 나선다. 기존의 분양·준공 후 청산하는 PF사업 구조는 운영까지 이어지는 방식 대비 자본 확충유인이 낮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높은 자기자본 비율로 시행자가 관리·운영을 하는 사업은 용적률, 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아 보증 리스크가 적은 사업장에는 PF 보증료 할인에도 나선다.
금융사의 장기임대주택 사업 참여 유도를 위해 자회사 소유,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등으로 은행과 보험회사가 장기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도 강화한다. PF 대출은 기업대출 보다 연체율이 높으나 PF 대출에대한 위험가중치·충당금 규제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PF 대출의 연체율 수준 등을 감안해 금융업권별위험가중치, 충당금 규제 정비에 나선다. 또 부동산 PF에 대한 거액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필요한 업권에 마련하면서 업권별 부동산(부동산 PF) 익스포져에 대한 한도규제를 손질할 방침이다.
PF통합정보시스템 구조도. (자료=국토교통부)
■ "불합리 관행 개선한다"…부동산 PF 시장 공정 질서 확립 목표
그간 PF사업은 시공사·신탁사 신용보강으로 리스크가완화됨에 따라서 금융사의 면밀한 사업성 분석 유인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시행사·시공사의 담보나 신용보다는 PF사업의 사업성·안정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대출하도록 개선한다. PF 사업성 평가 기준과 절차 등을 마련하고 전문평가기관의 인증, 대출시에는 평가기관 사업 평가를 의무화 한다.
또 시공사의 책임준공도 합리화한다. 그동안 PF사업에서는 금융사의 대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들이 책임준공, 채무인수 등 추가 신용보강을 요구받았다. 국토부는 책임준공개선 TF를 운영해 내년도 1분기에 책임준공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PF통합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인허가·대출·분양 등 PF 관련 정보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다. 사업 착수 단계에서부터 토지매매·인허가현황·자금조달·분양률 등 사업장 전 단계에 걸쳐 현황 정보를 정기적으로 축적한다.
기관투자자의 부동산개발 신탁 참여 구조. (자료=국토교통부)
■ 리츠, 기관투자자 통한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
정부는 안정적 자기자본을 갖춘 리츠에 입지가 우수한 공공택지 매입 우선권을 제공해 안정적인 개발과 운영을 도모한다. 국내에서는 디벨로퍼가 LH로부터 택지를공급받아, 오피스·상가 등을 개발해 분양한다. 이 경우, 디벨로퍼가 개별 분양을 통한 이익 실현에 집중하고 수분양자들은 운영 노하우 부족으로 공실 등 비효율적 운영이 발생한다는 거다. 미국과 일본은 분양이 아닌 직접 임대·운영하는 시장 분위기 형성으로 디벨로퍼의 전문화, 자발적인 자기자본비율 확대 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 토지신탁 사업에 기관투자자가 사업비의 일정부분도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을 검토한다. 그간 시행사를 대신하는 신탁사는 기관투자자의 지분투자는 받지 못하고 오직 자금차입을 통해서만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자기자본과 내부통제 등 충분한 요건을 갖춘 신탁사는 앞으로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받는 등 원활한 자금조달을 통해 대출 비중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우수 시행자가 제대로 평가받고 육성될 수 있는 '시행실적 검증을 통한 시행능력평가 제도'를 도입한다. 시행 분야에 적합한 평가지표를 마련하고 전문성을 갖춘 회사를 '시행능력 평가기관'으로 지정한 뒤 업체별 순위를 공시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중으로는 공모사업 시행자 선정 시 우대, 시행능력평가 가점 부여, 디벨로퍼 중·대형화 지원 등 우수 디벨로퍼 육성 방안도 마련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이번 발표의 핵심은 PF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늘리도록 강제하는 게 아닌 유도한다는 건데 가급적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라면서 "그동안 PF사업이 다소 나이브(안일)하게 돌아가다보니 최근에 이슈가 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건 설득력 있는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종합부동산회사 육성을 인위적으로 하기 보다는 시장수요에 맞춰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면서 "정책방향대로 가면 좋겠으나 리츠는 해법보다는 하나의 대안 정도로 제시되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