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불법 승계 의혹' 관련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의 최후진술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챙길 의도가 없었다”며, “삼성의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소명을 다할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선고는 내년 2월3일에 이뤄질 전망이다.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한 가운데 이 회장은 이처럼 밝혔다.
오후 7시30분경부터 5분간 진행된 이 회장의 최후진술에서는 “두 회사(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오해를 받는 것은 제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며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을 잘못이 있다면 제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이니 평생 회사만을 위해 헌신한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를 부탁한다”고 했다.
또한 “최근 삼성이 마주한 현실은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한 발 더 나아가겠다”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1심 판결을 받을 때가 떠올랐다”면서 “3년 넘는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안도감보다는 훨씬 더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저에게 보내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마음속 깊이 가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경영권 승계와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를 받아 2020년 9월 기소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제일모직의 지분 23.2%를 가진 최대주주 이 회장이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 위법을 저질러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춰 자신에게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봤다.
이날 검찰은 이 회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에 대해 1심의 구형량과 같은 형인 징역 5년·벌금 5억원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해 각종 거짓과 부정이 동원돼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전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앞서 1심에서는 올해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이 회장의 승계 작업이라는 유일한 목적만으로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도 있었다”고 했다. 또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삼성바이오) 재경팀은 회계사들과 올바르게 회계처리를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세 차례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는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사실상 있었다고 일부 인정한 판결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에 검찰은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에서 일탈했다고 판단한 행정법원의 판단을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 회장의 선고는 내년 2월3일에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