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5.2.4(자료=연합뉴스)
우리금융그룹의 동양·ABL생명 인수 성공 여부가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일찌감치 예고했던 ‘매운맛’ 검사 결과가 지난 4일 드디어 베일을 벗으면서 비관적 시각이 확장된 점은 부담이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전날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살펴보면 기존에 이 원장이 툭툭 흘리고 다녔던 내용이 좀 더 구체화 된 수준으로, 완전히 새롭거나 충격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발표의 핵심 내용인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추가 적발(380억원) ▲현 경영진 취임 후에도 대출 취급(451억원) 등은 이미 지난해 알려진 내용이고, 금액만 구체화 됐다.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의 부당대출(1604억원) 건은 새로운 내용이긴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영업 현장에서 무시로 발생하는, 당국이 털려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털리는 성격의 사고다. 시시비비를 다툴 여지가 다분하고, 일선 영업 현장의 지점장에게 ‘고위’ 타이틀을 붙인 것도 영 어색하다.
결론적으로 금감원의 한 방은 치명적이지 않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할 정도로 ‘충격적인’ 조사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만약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면 중요한 ‘딜’을 지키기 위해 임 회장이 자진사퇴를 고려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는 이복현 원장 파워의 원천인 윤석열 대통령이 구금된 상태다. 금융권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끈 떨어진 갓 신세인 이 원장의 칼날에 우리금융이 무릎을 꿇을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금융은 사고 발생 이후 이미 여러 차례 반성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고, 현재는 문책 인사에 이어 재발방지책까지 확정해 차근차근 실행 중인 상태다. 새로 선임된 정진완 우리은행장을 필두로 전열을 가다듬어 새롭게 거듭나려는 시점에 임 회장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 우리금융은 다시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현 우리금융 이사진이 임 회장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배경이다.
동양생명 M&A의 승인 권한을 오롯이 금감원이 쥐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절차를 살펴보면 키는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낮추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통보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금융위에서 이뤄진다.
금감원은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M&A 인허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전성→건전성 평가 기준의 핵심은 경영실태평가 등급’이라는 논리 구조를 강조했다. 하지만 M&A에서 따져야 할 건전성의 핵심은 내부통제 실패나 우발적 금융사고가 아닌 재무건전성이다. 너무 덩치나 부실이 큰 회사를 인수해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최우선 고려 사항인 것.
가장 최근인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5.7%, 기본자본비율 14.2%, 보통주자본비율 12.0%로, 당국이 제시한 기준선을 한참 웃돈다. 견조한 수익 창출력과 안정적 비용 관리로 지난해 3분기 만에 전년도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동양생명 인수에 필요한 실탄(1조5000억원)도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다. 동양생명을 인수했다고 해서 우리금융의 재무건전성이 급전직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도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 탈피, 은행-보험간 시너지 발생 등 이번 M&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우리금융 건전성 평가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은데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금융위에서 이런 왜곡된 접근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시장에서는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